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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파에 앉아 스포츠 신문을 펼쳤다.
연예인 기획사 연합회. 위클리 뉴스 보도에 정면 반박.
나는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위클리 뉴스에서 내보낸 뉴스는 사실이 아니라며 기획사 단체들이 기자회견 하면서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기사 꼭지에 대한 조목조목 반박이 아니라 소속 연예인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얘기였다. 즉 반박은 없고 윽박만 있는 셈이다.
우리는 카르텔이니 절대 건드릴 수 없다는 무력시위. 논리적으로 보면 이따위 기사로 의문이 걷힌다는 것은 말이 안 됐지만, 대중은 논리적이지 않았다. 일간지 보도의 신뢰성, 설마 그렇게 하겠냐는 의문, 떼거지의 기자회견.
위클리 뉴스는 몰매를 맞았고, 이어서 그들의 계획대로 이어졌다. 로투스바카라
주간지에서 폭로한 노예 계약에 대해서 가수들의 인터뷰가 있었는데요. 한 번 들어보시도록 하죠.
연예 프로그램 MC의 말이 들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 TV를 바라봤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톱가수의 얼굴이 화면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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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하는 데 선생님이 공부하라고 말하면 힘이 빠지지 않습니까? 우리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격려를 해주지 않고 노예 운운하며 사기를 떨어뜨리면 누가 기분이 좋겠습니까? 악의적인 보도입니다. 우리는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보도 내용과는 전혀 맞지 않는 핀트였다. 실제로 지망생이나 연예인 중에서 보도한 기사 내용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는지를 얘기하면 됐다. 나는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다음 인터뷰는 발라드로 인기몰이를 한 가수였다.

가수는 대부분 동반자로 생각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절대 노예가 아닙니다. 그와 같은 일이 어느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는 모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우리 회사는 정상적인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적어도 자신이 속한 기획사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너무 자신에 국한되어서 하는 얘기는 아닐까? 후배들이나 지망생들에게 물어보기나 했을까?
내가 삐뚤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회사에 아부하는 것처럼 느꼈다.
이어지는 가수 출신의 제작자의 말.

제가 아는 기획사 중에 보도대로 계약하는 곳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건 특정 회사를 없애려는 누군가의 음모일지 모릅니다.
이제는 음모론까지. 집단에서 따돌림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 로투스홀짝 압력에 굴복한 것일까?
모두 비겁했다. 이어지는 가장 가방끈이 길다는 가수의 인터뷰.
어쩌면 그가 폭탄 발언을 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했다. 하나 나이브한 생각이었다.

그런 계약이 있을 수도 있겠죠. 기획사는 수십, 수백 군데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주 극히 일부를 전체로 비약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노예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팬들과 연예인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만든 건 잘못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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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배운 놈은 맞았다. 일부는 그럴 수 있다며 인정하면서 나중에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계약과 관행, 착취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노예’라는 단어를 강조하면서 감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
참으로 비겁한 놈들이다. 누가 기획했을까?
일간지 신문에 이은 TV 인터뷰까지.
막강한 집단 카르텔의 힘을 확인했다.
미애는 인터뷰에 응하도록 길건희를 설득하라고 나에게 부탁했지만 오픈홀덤 내가 그걸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내가 그녀와 친밀하지도 않고, 새미를 이용해야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미애는 강력한 반격을 받고 잠시 이성을 잃은 게 분명했다. 문제를 제기한 그녀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옆에서 TV를 보던 새미가 물었다.
“오빠, 어떻게 돼가는 거야?” “건희랑 연락해?” “아니. 휴대폰 꺼놨어. 주간지에 기사 나가고는 연락이 안 돼.” “행사 많이 한 것 같은데 돈은 좀 벌었다니?” “돈 얘기는 이상하게 안 하더라. 지난달에 잠깐 만났는데 얼굴이 핼쑥해서 보기 안 좋았어.” 민필혁이 있는 회사가 그러겠지. 나는 미애의 보도를 믿었다.
“오빠, 유명한 가수들이 나와서 이렇게 얘기하면 기사가 잘못된 거 아냐?” “힘이 센 놈이 이기는 싸움이야. 진실은 그렇게 묻히는 법이거든.”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겠네.” “방송국도 기획사와 톱가수 눈치를 보니까 그럴 가능성이 크지.” “나는 다행이다. 그치?” “그래.”
최근에는 새미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몰랐다. 회사 일과 둘째 형 결혼식에 신경 쓰다 보니 소홀했다.
“요즘도 바빠?”
“아무래도 바쁘지. 2집도 내야 하니까.” “언제 나오는데?” “11월에 나올 거야.” “힘들면 쉬어. 내가 말할 테니까.” “수연 언니가 잘 챙겨주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성욱과 수연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에게 새미는 손에 쥔 나뭇잎처럼 늘 조심스러운 존재였다. 가요계에 막 데뷔한 시점이라 내가 더 주의를 가지고 지켜보고 응원해야 하는데 바쁘다 보니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나의 불성실한 부분을 그들이 채우고 있어서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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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치른 둘째 형의 결혼식이 끝났다. 여전히 나는 탐탁지 않았다. 지금 둘째 형의 형편에 호화로운 결혼식은 격에 맞지 않았다. 내 마음을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누구에게 어떤 말을 들었는지는 몰라도 형수는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내가 걱정했던 큰형수와의 불편함은 없었고, 엄마도 둘이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 세이프게임 했다. 어쨌든 둘째 형이 선택한 사람이라 부부의 앞길을 응원했다.
그렇지만 가시가 목에 걸린 것 같은 텁텁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월요일은 부산에 출장 가는 날이었다. 저녁에는 일본 바이어와 화요일 오후에는 영국 바이어와 약속이 연달아 잡혔다. 민유진이 만든 신상품을 계약하는 것이고, 특히 영국 바이어는 그녀를 꼭 만나고 싶다고 말해 동행했다.
나는 정지석 팀장과 일본어에 능통한 서정미, 그리고 민유진과 함께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우리 넷은 객석에 마주 앉아 자료를 점검했다.
“팀장님, 오늘 협의할 내용은 물량과 가격만 조정하면 되는 거죠?” “네. 물건에 대해서는 만족한 상황입니다. 의외로 빨리 끝날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원단 수입으로 그쪽도 이익을 많이 봤거든요.” “그쪽 회사 재정은 어떻습니까?” “유통업체 중에서는 일본에서 가장 건실한 기업입니다.” “좋습니다.”
바이어의 회사 재정 상태도 좋았고, 우리 상품에 대한 신뢰도 있어 정지석 말대로 쉽게 계약할 수도 있었다. 확실하게 매듭을 짓기 위해서는 감성을 공략해야 한다.
“정미 씨, 선물은 준비했죠?” “네. 한국산 김과 홍삼을 좋아한다고 해서 최고급품으로 준비했습니다.” “미팅 장소는 확인하셨습니까?” “그분이 좋아하는 한옥으로 지어진 한정식집으로 정했습니다.” 민유진은 바이어를 만나는 적은 처음이라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에메랄드 색상을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조명도 그에 맞춰서 바꿨습니다.” “의자는 등받이에 탄력성이 있는 것으로 준비했죠?” “네. 확인했습니다.” 얘기를 듣던 민유진이 혀를 내둘렀다.
“와, 정말 세밀하게 준비하시네요. 놀라워요.” “우리는 물건을 팔지만, 사인하는 건 사람이잖아요. 사람의 손을 움직이게 만드는 게 중요하죠.” “사장님의 영업 비밀이 여기 있었네요. 상대를 정확하게 아니까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겠어요. 저에게는 정말 유익한 시간일 것 같습니다.” “유진 씨도 영업을 배우고 싶으면 부서를 옮기세요.” “심리전에 약해서요. 제가 잘하는 걸 해야죠.” 나 또한 민유진이 이 출장을 통해 얻어가는 것이 있기를 바랐다. 반드시 사업할 재벌의 손녀였기에 그녀가 사업가적 자질도 함양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진 씨는 체화하는 속도가 빨라서 금방 잘하실 겁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제가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큰 용기가 생기네요.” 나는 그녀가 진심으로 잘됐으면 좋겠다.
부산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가 넘었다. 약속 시각은 6시라 시간이 남았으나 일찍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최종 회의를 하고, 시나리오를 그려가며 바이어를 기다렸다.
정확히 6시가 되자 바이어가 도착했다.

그는 식당 분위기와 음식에 만족감을 표했다. 김과 홍삼을 선물 받고 계속 “도오모! 도오모!”를 외쳤다.
좋은 분위기에서 계약은 빨리 체결됐다. 가격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으나 처음에 최대치를 불렀기에 우리가 만족할 만한 선에서 합의했다.
짧은 시간에 최대의 결과를 내서 기분이 좋았다. 바다도 가까이 있어서 이대로 호텔로 가기에는 아쉬운 상황. 나는 맥주 한잔하자는 제안을 했고, 직원들은 모두 동의했다. 특히 가장 최근에 입사한 서정미가 환호했다.
“사장님 말씀에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바다를 보며 맥주를 마셔야죠.” “내일 일정도 오후니까 편하게 마셔도 될 것 같습니다.” “출장이지만 업무 시간이 끝났으니까 놀아야죠.” 그렇게 바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호프집으로 이동했다. 첫 단추를 쉽게 끼웠으니 마음이 가벼웠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계약 성사에 부담을 느꼈던 정지석과 서정미의 표정은 밝았고, 민유진도 여유가 생겼다.
맥주를 주문하고 가장 최근에 입사한 서정미에게 물었다. 세이프파워볼
“회사 생활은 괜찮아요?” “사장님께서 신경 많이 써주시고, 팀장님도 잘 가르쳐줘서 적응은 완전히 끝났어요. 무엇보다 회사 분위기가 활력이 있고 밝으니까 좋아요. 정말 잘 들어온 것 같아요.” “아까 바이어와 얘기하는 거 보니까 경력자는 다르다는 걸 명확히 보여주던데요? 상대를 설득하는 테크닉이 몸에 배 있는 것 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그랬나요?”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말투, 존중을 느끼는 제스처, 온화한 눈빛. 그리고 가격 협의할 때는 단호함을 보여줬죠.” “말씀 고맙습니다. 이전 회사에는 출장 가는 걸 ‘할피’라고 했거든요.” “할피요?”


나는 의미를 몰라 물었다.
“할 수 있으면 피하라. 상사와 함께 가는 출장은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었거든요. 물 한잔도 떠먹지 않으려고 하니까요. 그런데 사장님은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아까 기차에서 음료수도 손수 사 오시고. 수평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고맙죠.” “아까 통역할 때도 저에게 일임하셨잖아요. 존중받는 느낌이 드니까 책임감도 무한 성장하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제가 가진 능력을 다 발휘하고 싶었거든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머, 그건 제가 할 말 같은데요.” 분위기는 좋았다. 할아버지 문제로 어두운 구석이 있던 민유진도 모처럼 활짝 핀 얼굴이었다. 술과 안주가 나오고 일 얘기, 사는 얘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나눴다.
바다를 보는 풍경에 마음이 가벼워서인지 술은 잘 들어갔고, 파도 소리가 귀에서 멀어질 정도로 취했다.
“갑시다. 많이 마셨네요.” “조금 아쉽네요.” “사장님, 호텔 옥상에 공원이 있거든요. 우리 거기서 맥주 조금만 더 마시죠.” “괜찮겠어요?”
“그럼요.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쉽습니다.” 정지석과 서정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내일도 오후 일정이라 오늘은 여유를 부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먼저 가세요. 저와 정미 씨는 맥주를 사서 갈게요.” “그래요.”
민유진이 많이 취했다. 나는 그들을 보내고 그녀에게 물었다.
“괜찮아?”

“기분이 좋아서 술을 많이 마셨네. 아직은 괜찮은 것 같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리는 휘청거렸다.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 “괜찮다니까.” 파워볼사이트
민유진은 보란 듯이 앞으로 걷다가 중심을 잃고 옆으로 픽 쓰러졌다. 나는 재빨리 뛰어가서 허리를 잡아챘다.


“아스팔트가 일어서는 거야?” “히히히. 아스팔트가 까부네.” “내가 팔을 잡을게.” 하지만 민유진은 계속해서 비틀거렸다. 내 중심을 계속해서 무너뜨리고 있어 부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업어야겠다.”
“사장님, 미안.” “너는 방에 들어가서 쉬어. 지금은 옆으로 기는 게지만 더 먹으면 멍멍개가 되겠어.” “히히. 사장님 등은 따뜻하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 그런가? 등도 따뜻하네.” 나는 민유진을 업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에서 보는 시선에 음침함이 가득 묻어 불편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로 향했다.
그새 민유진은 숨을 몰아쉬며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물러서서 멍하니 바라봤다. 사람도 오래 겪어야 하나 보다.
그녀의 되바라졌던 과거의 모습은 이제 말끔하게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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