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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마법사 학생증】 【이름 : 헤일로】
【출신 : 사후세계】 【전공 : 미정】
【마법 성향 : 유연, 섬세】 *
정식 마법사로 입학한 학생은 마탑에서 추천하는 세 개의 과목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첫 번째 마나야 놀자..
마나야 놀자는 운용력과 공간각을 기르는 강의였다. 교수의 이름은 릴튼. 둥근 몸을 가진 구체형 지성체로 태어나면서부터 부유능력을 보유하여 공간지각능력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종이다.
“정식 마법사가 된 것을 축하합니다. 강의 신청을 끝내신 학생은 눈을 크게 떠보세요. 네, 당신. 성함이…, 아나브라체 씨. 몇 개의 과목을 신청하셨나요?” 갈색 머리칼을 양 갈래로 땋은 외눈의 여인은 당당하게 일어섰다.
“아홉 개입니다.”
와아….
강의실에 흐르는 나지막한 탄성. 세이프파워볼
“자는 시간 외에는 모두 학업에 투자하셨군요. 훌륭한 자세입니다. 다른 분들도 가능하면 아나브라체 씨처럼 다수의 과목을 수강하세요. 제 제자 중에 마녀가 탄생하길 바랍니다. 하하.” 나는 12개의 강의를 듣는다. 모두 좋은 점수를 받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얻는 게 적지 않으리라 믿는다. 피로와 수면은 심속화로 해결하고 암기는 메라의 녹화 기능을 활용해 보완. 당분간은 다른 일 젖혀두고 마법에 매진할 예정이다.
“말이 나온 김에 C클래스의 수준을 알아볼까요? 혹시 10개 이상 고른 학생?” 릴튼의 눈이 정확히 나를 향한다. 나에 대해 아는 눈치다. 본래 이목을 끌 생각은 전혀 없었으나 저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면 방법이 없다. 교수의 미움보단 귀찮음을 감수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한숨과 함께 손을 들자 학생들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몇 개인요?”

“12개입니다.”
“야간 강의까지 신청하셨군요.” 주간은 최대 8개, 야간은 최대 4개까지 수강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나는 신청할 수 있는 모든 강의에 이름을 적었다.
“예.”
릴튼 교수의 의도는 뻔하다. 나를 학생들의 경쟁 대상으로 유도해서 학습 욕구를 고취하려는 수작. 유치한 작전이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9개의 강의를 신청한 외눈의 여성을 필두로 열댓 명이 나를 노려보고 있거든.
“강의를 시작하지요. 따라오세요.” 실습실이라 적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은 구두 굽만큼 자란 어린 풀들로 가득한 평야였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흐릿하게 느껴지는 정령의 향.
“조금 걷지요.”
릴튼 교수의 말에 우리는 그의 뒤를 따르며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아나브라체야.” “헤일로다.”
“그런데 너, 진짜 강의 12개 신청했어?” “그래.”
“왜?”
왜냐니?
의아한 눈으로 아나브라체를 쳐다보자 그녀는 말을 덧붙였다.
“보통 이유가 있잖아. 고위 마법을 쓸 거야! 강해질 거야! 같은 거. 참고로 나는 강해지기 위해서야.” 강함.
나 역시 그렇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나의 세계와 주민들을 외부의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해가 앞에 붙어야 옳다.
“지키려고.”
“전쟁?” 파워볼사이트
“비슷하지.”
“좋겠다. 나도 전쟁이 벌어지는 행성에서 태어나고 싶었는데.” 전쟁이라는 단어를 가볍게 입에 담는 그녀의 말에, 순간 수많은 생각과 말이 떠올랐으나 그저 입을 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이면 되겠군요. 시작하겠습니다. 모여주세요.” 레딕스 볼을 다채롭게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해서 마나를 체내, 체외에 축적하는 기술과 운용과 관련된 여러 사례, 잘못된 방향으로 마나를 이끌었을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같은 실전 지식이 강의의 주를 이뤘다.
“마법의 종류에 관해 이야기해보죠.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레딕스의 마법과 그 외의 마법.” 오만한 말이었지만, 레딕스 마법에 흥미를 느껴 찾아온 내가 반박을 할 처지는 못되어 이어질 교수의 말을 가만히 기다렸다.
“눈에 불을 켜는 학생들이 보이는군요. 알고 있습니다. 마법의 종류는 너무도 많아서 일일이 세기가 어렵죠. 지금도 새로운 마법이 탄생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레딕스 마탑은 임의로 울타리를 쳤습니다. 덜 위험하고, 효율적인 마법들을 선정해 레딕스 마법이라고 명명했죠. 예, 레딕스 마법은 합치고 개조한 마법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탑이 통합된 초기에는 이와 같은 중구난방식 마법 수집이 저작법에 크게 어긋나 탑주께서 대가를 치른다고 용병으로 출장을 가셨을 정도였어요.” 일견, 대기업이 스타트업 회사를 흡수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세이프게임
“현재는 모두가 알다시피 개발한 마법을 레딕스에 넣지 못해 안달이죠. 과거, 어느 마녀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 행성에서 익힌 마법이 레딕스 마탑에 없다고? 그러면 형편없는 마법인 거야. 왜? 억울해? 그럼 네가 효용 가치를 증명해. 도발적이죠? 그 유명한 아리아 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대상은 무려 신성이었고요.” 스승으로서의 아리아는 친절하고 인자하며 때로 무자비하지만, 업무 중의 아리아는 그냥 무자비하다. 아탈란에 있는 고향을 표면세계로 편입시킬 때, 그녀가 게이트를 찢듯이 등장하며 뿌려대던 그 플라즈마 실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나중에 듣기로 당시에 스트레스받는 일을 하던 중이라 날카로웠다고.
“이만하면 월급 값은 한 거 같으니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먼저 여러분이 어떤 마법을 주력으로 삼는지 알아야겠습니다. 한 분씩 나와서 장기를 보여 주세요. 레딕스 계열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전원 속성마법을 선보였고 나만이 독자 마법인 을 생성했다. 평소라면 돌출되는 행동을 하지 않았겠으나 이미 귀찮음을 감수하기로 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오, 직접 개발하신 마법입니까? 정말 오래간만에 비등록 독자 마법을 보는군요. 생성과정을 천천히 다시 보여주세요. 학생 여러분도 가까이 오세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쉽게 생성이 가능한 화살틀을 학생 수에 맞게 늘어놨다. 신인왕전을 대비하던 때의 방식으로 화살촉을 찍어내는 주물을 연상하며 천천히 만들어내자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사람이 마나를 이렇게까지 섬세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겁니까? 제가 보기에는 보조뇌를 이용한 프로세스 연산 같습니다.” “놀랍게도 헤일로 씨는 이 모든 걸 직접 하고 계십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제어능력만 떼어 평가하자면, 마녀 시험을 치러도 될 수준입니다.” 조교도 아니고 이제 뭣 하는 짓인지. 시연과정이 끝나자 릴튼 교수가 내게 다가와서 묻길.
“헤일로 씨? 인간입니까?” “예.”
아아.

부러움 섞인 탄성이 학생들의 입에서 나왔다.
“인간이 레딕스 마탑에 온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만, 그 중에도 당신처럼 독자 마법을 이토록 특화시킨 인물은 더더욱 없습니다. 틀, 이라고 하셨지요? 그 마법을 레딕스 마법에 등록하실 의향이 있습니까? 제가 적극적으로 추천하도록 하지요.” 교수 앞에서 이렇게 천천히 시연한 이상, 마법의 구조는 이미 낱낱이 해석된 것이나 마찬가지. 그러면 차라리 정식으로 등록하고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최대로 가져오는 게 낫다.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자! 쉬는 시간 끝났습니다. 강의를 이어가지요. 각자에게 맞는 마나 운용법을 개발해봤습니다. 지금부터 연습해보세요. 나아졌다면 어느 부분이 나아졌는지 기억하세요. 퇴보했다면, 시간을 더 투자해서 연습하고요.” “퇴보했는데도 계속하나요?” “예. 제가 개발한 마나 운용법이 틀린 적은 없었으니까요.”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운용법을 머릿속으로 개발하고 있었다는 건가.
괴물이네. 로투스홀짝
나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집중상태에 들어가자 릴튼 교수가 내게 날아왔다.
“헤일로 학생은 전신으로 마나를 방출해서 틀을 생성해보세요.” 다른 이들의 집중을 깨지 않기 위해 상공 300m 위에 틀을 대량으로 생성하고 검지로 그 위치를 가리키자 교수의 몸이 위아래로 흔들린다.
“동시 생성 숫자와 운용 방식. 흠잡을 데가 없군요. 앞으로 제 과목을 듣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 강의에서는 배울 게 없겠어요.” “알겠습니다.”


“대신, 제가 알려드리는 책을 보고 감상평을 제출하세요. 그것으로 점수를 매기겠습니다.” 릴튼 교수가 추천한 책은 레딕스 마탑의 역사와 관련된 서적이었고 하루 만에 독파. 감상평을 써 이틀 후 아침에 제출하자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은 교수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짧은 삶을 사는 인간이어서 그런 걸까요. 행동력이 뛰어나군요. 참, 은 레딕스 마법에 등재되었습니다. 누군가 당신의 마법을 익히면 계좌에 일정량의 톨이 지급될 거에요.” “알겠습니다.”
첫 번째 과목 마나야 놀자, 최고점 수료.
*

두 번째 과목명, 심차원분리학.
로비와 각층에 설치된 게이트를 통해 32층으로 이동한 나는 다수의 학생들이 걸어가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금 이 복도에서 움직이는 백여 명이 심차원분리학을 듣는 이들이다. 강의실은 불투명한 검은 막으로 입구가 가려져 있었는데, 일전에 웨이테이의 점포가 문을 닫았을 때와 유사한 모습이었다.
강의 첫날에는 이 막을 뚫지 못하는 이들이 태반이었으나 일주일쯤 지나자 몇 번의 시도 만에 강의실로 들어가는 학생들이 생겼다.
강의실 안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15분 남았다. 그전까지 못 들어오는 놈은 각오해.” 장막을 통과하는 방법은 이렇다. 자신의 육체를 현차원에서 분리해 심차원으로 날리고 목적을 달성한 후에 이전의 과정을 역으로 시행하면 된다. 심차원은 지금 내가 있는 차원이 아닌 다른 모든 차원, 즉 타 행성을 말한다. 시험의 핵심은, 보호마법으로 육신의 소멸을 방지하며 전송마법을 사용하는 것. 완전히 전송되는 게 아니라, 발만 담그고 온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다른 마탑은 꿈도 못 꾸는 마법발현 방식인데, 우주관리국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레딕스라 가능한 일이라고 교수가 그러더라.
나의 경우엔 심계가 있어서 그리 어려운 시험은 아니다.
“깊은 걸음.” 로투스바카라
문제는.

“헤일로. 너 인마, 그딴 식으로 들어올래? 그럴 거면 분리학은 왜 배우냐. 앙?” “스킬이 있으면 사용해도 된다고 했지 않나.” “그건, 너 같은 놈이 있을 줄 모르고 그냥 한 말이지 이 자식아!” 심차원분리학의 교수의 이름은 칼 커틀러. 속내를 숨기지 않는 사내다.
“알았다. 다시 하지.” 내가 깊은 걸음으로 여는 행위를 무시하고 들어온 데에는, 어차피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첫날. 심차원분리학의 개요를 듣는 순간 이게 웨이테이가 자아의 방으로 침입해온 학문임을 알았기에 그 어떤 강의보다 집중해서 익혔다.
강의실 안쪽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문 앞에 섰다. 전송 마법 자체는 어렵지 않다. 정식 마법사라면 누구나 익힐 수준. 톨이 대량으로 소모되긴 했지만, 나 역시 책을 펼친 당일 습득해냈다.
라임. 부탁해요. -네, 헤일로.
통곡의 벽으로 육체를 보호함과 동시에 전송마법을 발동. 시야가 흐릿해진다. 한기와 함께 귓가에 들리는 음성.
【심계 방문을 환영합니다. 각주, 헤일로.】 【각주, 헤일로. 심계에서 이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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