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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대상 : 시련과 축복이 혼재하는 헥사 스크롤] [제목 : 그 NPC가 비를 연주하는 방법 / 멤마 브로치 / 비극] [임무 난이도 : 측정불가] [기본 보상 : 칭호, 사용한 악기 1개] [선택 보상 : 발견물 1종 + 습득스킬 1종 + 시청자 중 한 명과 만남] [시청자 관심도 : ★★★★★★★★★] [네임드 존재 여부 : 다수] [조건1 : 펜타 페이지 플레이어] [조건2 : 휘발성 스크롤 – 폭탄 스크롤에서 변이] [조건3 : 스킬은 넣어둬 – 무효 실패] [조건4 : 전계 실시간 스트리밍 – 지역 방송에서 변이] [조건5 : NPC를 위한 배려는 없다 – 무효 실패] 변이와 실패의 반복. 단어에서 추측해보면 2번은 최악에서 차악으로 4번은 차선을 최선으로, 3번 5번은 단순히 실패.
-미안….
레스는 자기 책임이 아닌데도 미안한가 보다.
“이 정도면 엄청 잘한 거야. 그렇지? 케프.” [그렇습니다. 레스는 평범한 관찰의 정령과는 궤를 달리하는 능력을 보유했습니다.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습니다.] -정말? 로투스홀짝
“그럼~”
-히히. 다행이다. 세부 설명도 적어줄게!
[휘발성 스크롤 : 영상을 본 후 10분 안에 플레이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함인가.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팔지 말라는 협박인가? 어쨌건 당장 플레이 할 내게는 의미 없는 조건이다.
[스킬은 넣어둬 : 플레이하는 동안 사후세계:스킬을 사용할 수 없으나 책과의 교류는 가능하다.] 윽.’

전 스킬 금지는 아래아래 갱도에서의 고행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도 이번에는 책을 불러낼 수 있으니 그때보다는 훨씬 나으리라.
[전계 실시간 스트리밍 : 플레이 직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세계로 등록된 모든 계에 실시간 영상을 송출한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 같기는 했다. 최근 아더넷에 실시간 스트리밍이 유행하고 있다. 그 풍조가 조건에까지 영향을 미친 걸지도.
[NPC를 위한 배려는 없다 : 시스템이 제약된다.] 짐작은 가도 확신할 수 없는 단어의 나열이라 레스에게 물으니, 아마도 게임 속의 캐릭터로 시작하는 것 같다고 답해왔다. 이들이 누리는 게임의 시스템을 온전히 이용할 수 없다.
“스크롤 명에 시련과 축복이 혼재하는, 이건 왜 달렸는지 알아?” -처음에 내가 받았을 때는 시련만 있었어. 천칭 쓰니까 저렇게 변했구.
레스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렌즈에 초롱초롱한 눈을 그려서 나를 올려다본다.
응? 아.
금화 서른 개를 옮겨 레스에게 전달하자 활짝 웃는 입을 띄우곤 호링이 물갈이해줘야지~라며 오두막으로 돌아간다.
녀석.
그나저나 받았을 때부터 시련이라.
이 스크롤을 보상으로 준 사람이 누구였지? [지역급 이벤트였으니까 아무래도 천하 전체를 관리하는 자가 아닐지요.] 천하를 관리하는 자.
황제, 항우.
여포가 어디로 갔는지 밝혀지진 않았으니 세이프게임 그가 내게 악감정을 가질 이유는 없다. 인터뷰에서도 지루한 시간을 일찍 끝내줘서 고맙다는 말도 했고.
항우가 아니라면. 여포에게 해코지하는 신성의 수작일 확률이 높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이곳 신성의 견제를 받을지도.
뭐, 상관없지. 내게 의지하는 자를 매몰차게 내치고 싶지 않다. 지금처럼 절반 정도는 막아줄 레스도 있고.
오케이, 가자.
[영상을 재생하시겠습니까?] “예.”

*
[연인들의 도시, 라브라] “멤마, 퀘스트 줘.” “이 못 배워먹은 건방진 놈아, 공손하게 말해!” “꺄하학. 이것 봐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화내는 NPC야!” [라브라를 찾는 유저들은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골목 귀퉁이에 자리 잡은 NPC 멤마 브로치에게 꼭 한 번 들립니다.] “연주해주세요!” “싫다. 이놈아.” “아이, 한 번만요~” “안 해.”
“돈 드릴게요!” “어허, 안 한대도.” “그럼 그 기타는 왜 메고 계세요.” “연주하려고.” “그러니까 지금 해달라고요!” “안 해.”
“그럼 언제 하실건데요.” “비 오면.” “비요?”
[멤마는 라브라에서 유명한 기타리스트입니다. 그의 기타에서 흘러나온 애절한 음색은 NPC와 유저를 가리지 않고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진짜죠? 비 오면 연주하는 거죠?” “그렇다니까.” “에잇!”
[관광 온 여성은 남자친구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 캐쉬로 뽑은 아이템을 사용했습니다. 환경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비가 내리는 광경만 연출하는, 일명 비뻥이라 불리는 물건이었습니다.] 투두둑, 쏴아아.
“아, 누가 또 비뻥 썼나 보네.” “운치 있고 좋지?” “응. 젖지도 않고. 근데 비싸더라. 거의 두 달 치 이용료던데?” “그래서 대규모 행사 아니면 잘 안 쓰지.” [행인들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멤마 곁으로 모였습니다. 그는 귀찮아할 법도 하건만, 먼 곳을 보며 기타 줄을 튕겼습니다. 풍부한 음과 기교가 절묘하게 섞인 연주였습니다. 관객들은 환호했고, 커튼콜 아닌 커튼콜을 외치는 때에, 비가 멎었습니다.] “끝이에요?” “그래.”
“이거 비싼 건데….” “누가 쓰래? 오늘은 그만하고 세이프파워볼 진짜 비가 오는 날, 그날 다시 와.” “네! 그런데 뭘 그렇게 살피세요?” “신경 꺼!” “힝.”


[관객들이 놓아둔 헌금을 챙겨 집으로 돌아온 멤마는 버릇처럼 입을 움직였습니다.] “다녀왔어.” [공허하게 울린 소리는 누구의 받음도 없이 그저 텅 빈 저편을 울릴 뿐이었습니다.] “언제…, 돌아올 거야.” [멤마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딸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를 이 도시에 두고 떠났습니다.] “내가 NPC가 아니었다면.” [멤마는 그들이 떠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이 생각을 쉬어 본 적이 없습니다. 방금 연주할 때도, 이름 모를 유저와 대화할 때도. 자신이 유저였다면. 을 되뇌었습니다.] “둘을 따라갈 수 있었을까.” [NPC는 지정된 도시를 떠날 수 없습니다. 멤마는 라브라에서 연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태어났으며, 시스템이 정한 날에 죽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를 운명이라고 부르지만, 그에게는 지독한 저주였습니다.] “곧, 마지막 비가 내릴 거야.” [멤마의 마지막 숨은 다음 우기와 함께합니다. 어떤 유저의 도움으로 그 사실을 알게 된 멤마는 자신이 유명해질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그는 시스템이 정한 순수하고 착한 성격을 독한으로 위장했습니다. 라브라에서 유일한 NPC가 되기 위해.] “내 앞에 나타나 줘.” [아내와 딸이 칭찬한 기타 연주를 미친 사람처럼 파고들었습니다. 두 사람의 웃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죠.] “안나. 애니.” [멤마의 소원은 죽기 전에 아내와 딸을 다시 보는 것입니다.] [긴 비가 내렸고.] [비가 멎었을 땐.] [멤마는 꺼진 촛불처럼 조용히, 홀로 사그라들었습니다.] *

몇 가지 의문은 있지만, 이를 해소할 만한 시간이 없다. 스크롤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플레이하시겠습니까?] “예.”
끝없는 무저갱으로 빨려드는 듯한 부유감이 아찔하게 뒷목을 치고 올라 버릇처럼 심속화와 검은 걸음을 밟았으나, 당연히 변화는 없었다.
[스킬 제한 중입니다.] 역시 안되나. ·
·
·
어두운 공간에 던져진 지 표면세계 기준으로 열흘이 흘렀다.
간간이 들려오는 서기관의 동기화 중이라는 소리와 표면세계 주민이 아니었다면 정신이 이상해졌으리라.
그 덕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부유감에 익숙해져서 극한의 고소공포증이 나았다. 지금껏 여러 탈것과 팰리스를 통해 극복해오고 있었으나 이번 경험이 결정적. 더는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체 언제까지 떨어질는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기화 완료.] [NPC:멤마 브로치] [시스템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시정차 반응 및 댓글만 공개됩니다.] [신성:아데오나가 개입합니다! 우리 대주주님, 열심히 하라고 선물 하나 줄게.] [신성:아데오나의 선물(조건 억제력 lV)이 적용됩니다.] [게임:별들의 모험의 스킬을 1개 지정해서 습득하실 수 있습니다.] 오! 투자한 보람이 있구먼. [NPC:멤마 브로치가 습득할 수 있는 스킬 목록] [1. 악기 연주] [2. 악당 연기] “이게 다야?” 난이도가 측정불가인 거에서 느낌이 쎄 하긴 했는데. 이건 좀…. 파워볼사이트
“악기 연주.” 악당 연기야 내가 하면 그만이지만, 악기는 영 소질이 없어서 스킬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악기연주를 선택하셨습니다.] [스킬창이 개방되며 오직 스킬:악기연주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부유감이 멎었다. 곧 본격적인 플레이가 시작된다는 전조.

[폐하, 스킬창을 확인하시는 게 좋을듯하옵니다.] “스킬창.”
[Lv.1 악기연주] 사후세계에서의 스킬 목록에 비하면 극단적인 초라함.
[변화에 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얀 공간이 펼쳐졌고 발밑을 중심으로 세상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하트 무늬가 들어간 보도블록과 은은한 주홍빛을 내는 가로수, 액세서리와 음식을 파는 상가, 큐피드 분수. 그리고 수많은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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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연주 언제 해요?” 영상에서 본 그 이름 모를 여성은 아니다.
작은 꼬마 아이는 앞에 놓인 철제 통에 동전을 넣고 무릎을 모아 쪼그려 앉은 채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본다.
“여기에 돈 넣으면 연주하는 거잖아요. 맞죠?” 여섯 살 남짓한 아이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천진난만했고 또 살가웠다. 나의 세이프파워볼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이 떨린다.
“캬롯, 예의를 갖추렴.” 뒤에 엄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여성이 우산과 가방을 앞으로 잡은 채 다가온다.
“죄송합니다. 워낙 귀하게 자라서 예의가 부족합니다.” 그러며 지폐 두 장을 통 안에 넣고는 아이의 팔을 잡고 내게서 멀어진다. 아이는 아쉬운지 계속 나를 돌아보며 입을 오물거리다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돌아보자 여성은 당혹스러워하며 얼굴을 붉히더니.
“알았어. 울지마렴 캬롯.” “연주 들을 꺼야아아아!” “읏, 연주가님. 실례지만 아무 곡이나 부탁해도 될까요?” 떨리던 손이 진정되었다. 우는 아이 앞에서 기타 줄 하나를 토옹, 하고 튕겼다.
“와! 신기한 소리!” 나는 기타를 칠 줄 모른다. 하지만 스킬창에서 열심히 일하는 악기연주가 이렇게 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여기서 알려준다는 건 그냥 육감에 맞긴 어떤 느낌이 아니라.
[스킬:악기연주가 호통칩니다. 기본 코드라도 잡아, 이 멍청한 놈아!] 실제로 자아가 존재하는 음악선생이었다. 그가 알려주는 대로 일단 손을 움직여 기본 코드를 잡자 어색하긴 해도 모양은 났는지 아이와 엄마가 기대 어린 눈빛으로 나를 본다.

[스킬:악기연주가…] 야, 애시드 레볼루션. -왜.
너 놀지? -놀기는, 바쁘다.
마그누엘라, 애시드 레볼루션 좀 빌려 간다. -얼마든지.
-아, 여보!
-예? 예물도 없이 몸만 덜렁덜렁 온 사람은 누군지 모르겠네요.
내가 나중에 하나 구해줄 테니까 나 좀 도와. -약속이다.
그래, 악기연주 녀석 말 좀 나한테 전해줘라. 서기관이 옮기면 늦어. -알았다. 그거야 뭐 일도 아니지. 파워볼실시간
이후 애시드 레볼루션을 거친 악기연주의 조언과 가르침을 일타강사에게 강의를 듣는 느낌으로 익혀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윙윙 아기 벌을 연주했고 다행히 아이의 반응은 좋았다. 주변에 모여들려던 사람은 몇 마디 연주하기도 전에 떠나갔지만.
아이는 박수를 치며.
“아저씨.”
“응?”
“되게 모태! 캬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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