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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뺘아~
“아이구 그래, 라클아 우리 레스 만나볼래?” 라클.
빛의 정령의 이름으로, 미라클에서 따왔다.
[안,녕.]
레스가 먼저 렌즈를 좌우로 흔들며 인사하자 라클이 뺘뺘 거리며 좋아한다. 자기도 따라 한다고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데, 그런 두 정령의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삐비빅
“정령왕님! 마계에서 호출 왔어요. 세라자드님이시네요?” 델라는 정령계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음에도 여전히 나를 보필하는 중이다.
“라클아 같이 갈래?” 뺘!
얼른 내 어깨에 달라붙는 라클.
“아시겠지만, 라클이는 아직 어려서 마왕의 손에 닿으면 속성이 변할 수도 있어요.” 이곳에서 생활한 지도 꽤 되어서, 환경에 영향을 받는 아주 민감한 시기는 지났다. 하지만 아직 어리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델라.
“그러마.”
은초롱꽃으로 덮인, 이제는 왕래의 문이라 불리는 주점의 문 안으로 들어가자, 사방이 투명한 벽으로 막힌 사무실로 연결되었다. 평소 내가 업무를 보는 장소이자 트레이너들의 상담을 들어주는 장소다.
이곳에 온 지도 햇수로 치면 3년째. 어지간한 일은 알아서 굴러가도록 해두었다. 악마도 모든 걸 전수했다며 만족하고 사라진 상태.
“오셨군요.’ 세이프파워볼
세라자드가 자신의 키에 꼭 맞는 작은 책상에 앉아 안경을 쓴 채 서류를 들여다보다 나를 발견하곤 인사를 건넨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순조롭게 회원 수가 늘고 있-” 거기까지 말을 한 세라자드의 시선은 내 어깨의 라클이에게 고정되어 움직일 줄 몰랐다. 들고 있던 만년필이 바닥을 치고 잉크가 바짓단을 튀었음에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 그녀.
“빛의…, 정령?” “이야기 안 했던가. 전의 그 알에서 태어난 정령이라네. 단시간 정도는 마계로 넘어와도 괜찮다고 하기에 바람도 쐬여줄겸 데려왔지.” 세라자드는 내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았다. 손을 라클이를 향해 뻗으며 천천히 걸어올 뿐. 멍하고 슬픈 얼굴의 그녀는 어느 순간 콧등을 찡그리며 눈물을 주룩 흘리더니.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한다. 그러다 ‘잘 참았는데, 잘 참았잖아.’라고 중얼거린다.
중간에 과욕을 부리다 물류 회사가 한 번 망했을 때도 저렇게 울진 않았었다.

무어라 말을 하려다 이럴 땐 기다리는 게 낫다는 생각에 세라자드의 작은 등을 토닥이며 소파로 이끌어 앉히고 평소 그녀가 좋아하는 꿀차를 따뜻하게 타왔다.
훌쩍이며 후릅 차를 마신 세라자드는 잔을 양손으로 감싸곤 다시 라클이를 바라본다. 라클이도 뭐에 끌리는지 세라자드를 향해 움직인다. 하지만 델라의 경고를 떠올리고 둘 사이를 손으로 막았다.
어째서 그리 서글프게 울었는지 이유를 묻자.
“저는 소환술사였어요.” 처음에 용사의 소환술을 보고 힐난했을 때, 소환술에 관한 지식이 해박하다는 건 눈치챘다. 나는 고갤 주억이며 경청하였고 이후, 그녀는 마계에 붙들리기 전의 삶에 대해 처음으로 입에 담았다.
“루멜.”
그녀의 종족 명이자 마계로 분류되는 대륙의 반대에 살아가는 지성체를 일컫는 단어. 지구로 치면 인간.
“어렸을 적, 저는 우연히 정령계로 떨어졌어요. 세상에 물들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가끔 일어나는 일이라는데, 보통 일주일 내로 집에 돌려보내는 반면 저는 아니었죠. 집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정령계에 남아버렸어요. 그때 가장 처음 제 친구가 되어 준 정령이.” 뺘아
빛의 정령. 세이프게임
‘아마도 마계전에서 소멸한 전대 빛의 정령이겠지.’ 현 정령계에 빛 속성 정령은 라클이가 유일하다.
세라자드는 자기가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모른단다. 최초의 기억은 늙은 거지들 사이에서 깨진 옥병을 앞에 두고 구걸을 하던 장면. 막연히 그 거지들이 자신을 돌보지 않았을까 예상할 뿐이라고.
그다음 기억은 정령계에서 정령들에게 소환술을 배우는 장면. 심심한 정령들은 특별한 일이 생기길 바랐고, 그런 그들에게 어린 세라자드는 신선한 자극이었으리라.
정령들은 세상에 나가고자 하는 열망이 컸기에 최선을 다해 소환술을 가르쳤고 세라자드에겐 재능이 있었다. 잘하면 재밌고 재밌으면 빠져드는 것이 이치. 세라자드의 습득력은 정령의 입장에서도 놀라울 정도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루멜종에 적대감을 가진 정령들과 문제가 발생했지만, 그게 대두되었을 때의 세라자드는 이미 소환술의 대가라 불릴 수준에 올라 있었다. 정령은 기본적으로 소환술에 취약한 면모를 보인다. 대가만 확실하면 자해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탁은 들어주어야 한다는 게 정령계의 규칙.
하지만 세라자드는 영리하게도 이 문제를 강제적인 수단으로 해결하지 않았다.

“제일 힘 센 정령이랑 친해지면 되잖아.” 각 지역의 정령왕들과 계약해서 불만을 가진 정령은 세라자드가 아니라 소속 정령왕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이후 세라자드는 정령들의 부탁과 자신의 호기심을 따라 스스로에게 소환술을 사용. 루멜종이 지배하는 대륙으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은 반쯤 정령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육체의 성장이 멈췄다고.
대륙을 여행하며 벌어진 수많은 일은 세라자드에게 위대한 소환술사라는 칭호를 선사했다. 자유로이 떠돌던 그녀는 마침내 이 대륙에는 더 이상 자신과 정령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한 게 남아 있지 않다고 판단.

“바다를 건너자고?” 정령들의 제안에 따라 드넓은 바다를 홀로 건너게 된다. 이때 각국의 왕은 위대한 소환술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여비와 편의라는 명목으로 몇 가지 도움을 줬고 세라자드는 그들이 바라던 대로 정령 소환에 필요한 재물을 제작해 보답했다.
‘그중 하나가 용사가 던진 방패에서 나온 종이. 어쩌면 괴물들에게 미끼로 쓴 물건들 전부가 세라자드가 만든 재물이었을지도.’ 참고로 용사에게 3번 미궁이라 불린 장소는 마계 귀족의 산책로이며 용사가 설명한 괴물들은 전부 기사 서품을 받은 마왕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용사의 선택은 훌륭했다.
마계의 대륙의 땅을 밟은 세라자드는 색다른 환경에 흥분으로 두근거렸다고 한다.
마왕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쿠후, 쿠!
이야기 속에서만 보았던 뾰족한 뿔과 이빨, 새까만 눈. 루멜종의 수십 배나 되는 체격. 당시 처음 마왕을 보곤 저런 덩치는 말이 안 된다며 눈을 비볐다고 한다. 오픈홀덤
첫 전투는 승리했다.
마왕은 강했으나 부유 상태에서 치고 빠지는 전술로 우위를 점한 데다, 약한 속성을 골라 정령을 불러내어 공격하니 의외로 어렵지 않게 이겼다.
그러나 떼로 몰려드는 마왕을 보곤 기겁하여 루멜 대륙으로 도주. 도착한 날부터 각국의 왕에게 마계와 마왕의 존재를 알리고 경고했다.
왕들은 경악하며 마계의 습격을 경계했으며 용사 모집공고를 내었다.
세라자드는 이것으로 되었다고 만족하며 정령계로 돌아가 한동안 쉬려고 마음먹은 그때. 은밀하게 찾아온 개체들이 ‘마계로 가지 않으면 루멜 대륙을 침공하겠다.’고 협박.
결국, 마계의 땅을 다시 밟은 세라자드는 마왕들의 동시 공격을 받아야 했다.

공중전에 특화된 마왕이 제 몸이 잘려나감에도 귀기 서린 웃음을 흘리며 달려들었고 기어코 세라자드를 잡는 데 성공. 지상에서 기회를 노리던 마왕들의 총공격이 작은 몸을 향해 쇄도.
여기서 죽겠구나 싶어 눈을 질끈 감는 때에.
우웅
뺘아
정령계의 문이 열렸다.
정령왕들은 유일한 복수 계약자이자 정령계의 딸로 인정받는 세라자드를 잃을 수 없다고 판단. 하나 된 의견으로 마계와의 전쟁을 선포.
우리가 이야기하고, 승자에 의해 기록된 ‘마계전’이 벌어졌다.
전투는 처참했다. 정령은 소멸당하고 마왕은 찢겨나가고 세라자드는 울부짖고. 정령계에 정령이 태어나면 속성이 고정되지도 못한 채 마계로 불려 나갔으며, 마계는 압도적인 물량과 무력으로 정령들을 제거해나갔다.
물량과 무력 모두 부족했으나, ‘세라자드를 위하여.’라는 일념으로 정령계의 모든 정령을 헌신하였다. 하나의 계가 완전히 지워져야 끝날 것 같던 이 전쟁은 지금껏 관망하고 앞으로도 관망자의 자리를 고수해야 했을, 신성 제로스피어가 등장으로 종전을 맞았다.
그가 명했다.
-전쟁을 멈추어라.
-세라 쟈 드레이시. 그대는 마계에 존재가 귀속된다. 또한 세라 쟈 드레이시가 정령을 소환하면 모든 마왕이 이를 감지할 것이다.
모든 정령이 신성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적대감이 담긴 정령력을 뿜어냈다.
-대신, 누구도 그대를 해할 수 없으리라.
마계는 침묵했고 정령계는 더욱 분노했다.
“이걸로, 이걸로 된 거야. 미안해.” 그 시기의 세라자드는 자신 때문에 죽은 정령들을 생각하며 죄책감으로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차악의 선택지가 기적처럼 나타났고 이를 놓칠 수 없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허공에 종이 한 장이 생겨났고 세라자드는 이끌리듯이 피로 서명을 했다. 종이가 사라지자 거대했던 신성의 존재감도 신기루처럼 흩어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온 먹구름이 전장의 잔해를 씻어낸다.


이날 정령계는 패배했고, 그들은 세라자드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도시의 뒷골목을 전전하던 세라자드는 어느날 마계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잊혔음을 깨닫고 한 가지 꿈을 꾼다.
‘내가 마계를 정복해 모든 마왕을 지배하면, 자유롭게 소환술을 사용할 수 있어.’ 그런 원대한 희망을 품고 삶을 이어갔 로투스홀짝 으나 수십 년 동안 노력해서, 주점 하나 여는 게 전부.
거기다 세라자드가 움직임을 보이자, 마계에 살아가는 주민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신성발 강제 임무가 떨어졌다. 루멜 대륙에서 넘어온 용사들이 마왕에게 당할 때, 밀실을 청소하는 임무. 그건 ‘너로 시작된 희생과 전쟁을 잊지말라.’는 괴롭힘이자 재각인이었다.
기력을 잃고 주점 일과 밀실의 청소를 반복하던 나날을 보내던 중.
‘정, 정령왕!?’ 나와 만났다.
*

『헤일로와 만난 세라쟈드는 슬펐겠어요.』 ‘왜?’
『자신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건, 잊었다는 거잖아요.』 ‘…….’
그렇겠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아도 속으로 앓았으리라.
‘내게만 존대를 하던 이유도….’ 『지금의 정령계에 왕이 어떤 역할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미안하고 존경해서?』 점점 내가 나쁜 놈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어쩌겠어, 용사가 밀실에 들어온 시점부터 시작한 것을. 이전의 기억을 넘겨받은 것도 영상에서 보여준 것도 아니니.
‘갑자기 드는 의문인데, 쟈 라는 단어, 어디서 들은 거 같지 않나?’ 『정령어 ‘쟈’ 요? ‘~친구’라는 뜻이에요. 델라가 정령어 수업 때, 어라. 그러면.』 그러면.
뺘!
세라 쟈 드레이시.
세라의 친구 드레이시.
“세라….”
낮게 읊조리는 세라자드.
자신을 닮은 빛의 정령에게서 그녀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낄까. 반대로, 라클이는 세라자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헤일로! 라클이는 아니, 세라는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드레이시의 모습을-』 내가 둘 사이를 가르던 손을 치우자, 세라는 눈앞의 대상이 드레이시 임을 확신한 듯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날아가 안긴다. 로투스바카라
『감동적이에요. 드레이시는 꿈을 이뤘네요. …얼마나 넘어가고 싶었을까. 얼마나 불러보고 싶었을까.』 왕래의 문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래서 3,000kg이라는 엄청난 양의 빛의 가루를 끌어왔구나. 정령계를 절실히 원했던 건 나만이 아니었어. 그 뒤로도 항상 이 근처를 맴돌았지.’ 현재의 드레이시는 마계의 경제와 문화를 쥐고 있으며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과거의 결심도 시간문제. 정말 꿈을 이루기 직전이다.
서로를 부둥켜안고 행복하게 웃으며 빙글빙글 도는 두 사람.


!
‘이거였네. 클리어의 마지막 조건.’ 매번 겪음에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 시각을 시작으로 오감이 흐려진다. 그리고 저 먼 곳에서 아스라이 들려오는 목소리.
“고맙습니다.”
다른 세상에서 온 이여.
뺘아~
[보상의 방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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