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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그가 탄 차가 사무실이 있는 서울청사에 도착해 있었다. 청문회 보고서 채택 여부에 따라 이 사무실에서 빨리 벗어날 수도, 아니면 당분간 뭉갤 수도 있었다. 지금 행안위에서 치고받는 모습만 보면 후자일 것 같지만-.
‘왠지 오래 기다릴 것 같진 않아.’ 이미 평화당은 기세와 명분 모두 철저하게 밀리고 있었다.
물론 오필연을 인간 폭탄으로 활용하기 위해 발굴해놓은 건수(측근들의 비리 등)를 지금 터뜨리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건 평화당이 제 살을 파먹는 짓거리였다.
그러다간 정말 지지율 10퍼센트를 구경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어차피 오필연도 방책을 세워놓은 상태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장관직 임명을 확신하는 건 오필연뿐만은 아니었다. 파워볼사이트

국회와 별개로 공직사회가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오필연 본인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오필연 장관님. 저 게이트관리위 상임위원 오용국이라고 합니다. 오늘 인사청문회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제가 비록 현직 상임위원입니다만 게이트관리위원회는 역시 관청 위원회보다는 차관급 청으로 재편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행안부 기획조정실장 심현보입니다. 지금 후보님 모시고 있는 청문회 TF 공무원들을 선정한 게 접니다. 청문회 자체는 무난하게 끝난 듯싶은데 우리 직원들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조만간 식사 한 끼 하시겠습니까?] 톡 제외하고 문자만 헤아려도 20통이 넘었다.
공무원들이 메신저를 쓸 줄 몰라서 굳이 문자를 보내는 게 아니었다. 이건 간과하지 말고 꼭 읽어달라는, 그리고 답장까지 찍어달라는 의미였다. 좀 성가시더라도 반드시 오필연 본인의 리액션을 받아내고 싶다는 의미랄까.


권력의 동향에 극도로 민감한 공무원들이 이렇게 나온다는 건, 오필연이 조만간 장관실에 입성한다는 의미로 간주해도 무방했다.
원래 정권 말기의 공무원처럼 예민한 존재는 없었다. 엔트리파워볼
공무원들을 철밥통이라고 하지만, 권력의 이동을 감지하는 레이더의 성능만큼은 최상급이었다. 그리고 모든 부처를 통틀어 레이더 성능이 가장 뛰어난 게 행정안전부였다.
그들은 이미 오필연을 장관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장관이 아니라 힘 있는 장관.
아무래도 평화당과 등을 돌린 만큼 매주 국무회의에 들어가는 기분이 조금 곤혹스럽긴 하겠지만, 별로 걱정되진 않았다. 이미 외교부나 국방부도 권윤기에게 굉장히 우호적으로 굴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청와대 친구들이 더 피곤하겠지.’ 오필연은 곧 장관실에 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몸을 뒤로 젖혔다.
당연하지만 이게 가능했던 건 순전히 권윤기 덕분이었다. 처음 권윤기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어떻게든 정치권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서 수를 짜낼 때까지만 해도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는데, 이제는 엄연히 현실이었다.


“권윤기 의원님. 끝났습니다.” 오필연의 청문 보고서가 정식으로 채택된 건 청문회가 끝난 지 이틀 만이었다.
이틀. 이 정도면 평균보다 오히려 빠른 수치였다. 아무런 흠결도 특색도 없는 후보자가 청문을 받을 경우 다섯 시간 만에 초고속으로 보고서가 채택되는 일도 있지만, 오필연처럼 논란 많은 후보는 얘기가 또 달랐다.
아예 채택이 무산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상황. 로투스바카라
만약 그랬다면 오필연이 장관실에 입성하는 건 2주가량이 더 지난 뒤였을 것이다.
지명 취소는 청와대에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할 수 없었겠지만, 임명장을 살짝 늦게 내주는 것 정도야 할 만했다.
그런 오필연이 예상보다 빨리 인사청문 과정을 통과한 이유는 하나. 내가 청와대와 적당히 쇼부를 친 탓이었다.


청와대에 직접 연락을 취한 건 아니고, 오늘 아침에 날 찾아온 정무수석에게 몇 마디 한 것뿐이었다.
청와대 정무수석. 몇 달 전에도 위구르 사태 때문에 날 찾아온 적 있는 양반이었다. 유경험자라서 그런지 날 조금이나마 편하게 대하는 모습이었다.
“…권윤기 의원님. 행안부 장관 청문회는 잘 봤습니다. 오필연 의원과 죽이 잘 맞으시더군요. 언제 화해하신 겁니까.” “손 맞잡고 화해한 적 없습니다. 아마 오필연 그 양반은 지금도 절 마땅치 않게 여길 겁니다. 1대1로 대작하면서 껍데기에 소주 마실 날은 앞으로도 영영 안 올 겁니다. 그냥 이해관계가 통한 것뿐이죠.” 내가 태연한 투로 떠들자 날 잠시 처연하게 쳐다본 정무수석이었다. 물론 날 불쌍하게 쳐다본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권윤기 의원님. 원하시는 게 뭡니까?” “절 찾아온 건 정무수석님이잖습니까. 그쪽이 원하는 걸 먼저 말씀하세요.” “…행정안전부의 정상적인 운영을 원합니다. 행정안전부 조직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상황은 원치 않습니다.” “설마 오필연 의원이 행정안전부를 내각에서 독립시키기라도 할까 봐서요?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건 저보다 청와대에서 잘 아실 겁니다. 그 사람은 국익에 본질적으로 해가 되는 일은 안 할 양반이에요.” “아뇨. 저는 오필연 후보를 걱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무슨…? 아, 날 걱정하는 거군요.” 충분히 걱정할 만한 일이었다. 내가 실시간으로 오필연에게 지시를 내려서 평화당 정권을 궁지에 몰까 봐 걱정하는 거겠지.
물론 오필연의 체면이 있으니 대놓고 깽판을 치게 하기는 힘들겠지만, 핑계를 잡아서 정권을 괴롭히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안 그래도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말년 대통령의 위신을 맨틀까지 처박는 것도 가능했고.
‘최소한의 체면이라도 지켜달라 이거군.’ 그걸 위해 청와대에서 요구한 건 하나였다.

“…부디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오필연 후보의 공화당 입당은 미뤄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당적과 상관없이 권윤기 의원과 협력관계라는 건 자명합니다만, 그래도 정식으로 당적을 가지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지 않습니까.” “지방선거 이후에는 공화당에 입당시켜도 된다는 겁니까?” “예. 그때쯤 되면 대중들이 관심을 잃을 테니까요. 오필연 의원이 공화당에 입당하든 말든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겠죠. 하지만 지방선거 앞두고 선거 사무에 관여하는 부처의 장관이 공화당에 입당한다는 건….” “청와대 체면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일이겠군요. 뭔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입당만이라도 미뤄달라니. 정말 소박한 부탁이었다. 어차피 이 이상을 요구해봤자 나한테 안 먹힌다는 사실을 안 거겠지.
‘이 정도는 들어주는 게 맞겠지.’ 물론 입당 좀 미룬다고 해서 청와대의 무너진 명예와 지지율이 회복되는 건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국민적으로 조롱을 받는 것만큼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터였다.
아무리 다른 당이라지만 이 정도는 들어주는 것이 예의였다. 여기서 더 무너뜨리면 대외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국에서 개무시를 당하는 정권은 나라 밖에서도 힘을 쓸 수 없었다.
실은 이미 전조도 보이고 있었다. 오픈홀덤
최근 끝난 G20에서도 한국의 일정이 미묘하게 부실한 경향이 있었다. G20 전체 회의는 물론이고 각국 정상들의 개별 면담에서도 위구르 독립이 곧잘 거론됐는데, 정작 그 와중에 한국의 대통령은 미묘하게 겉도는 경향이 있었다.
한국 정도 되는 나라의 수반이 대놓고 홀대당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존중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당장 튀르키예 대통령하고도 개별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게 그 증거였다.


‘가뜩이나 임기 말인데 야당한테 철저하게 밟히고 있다고 하면 대등한 외교 파트너로 인정받기가 힘들지.’ 지금 당장 대선을 치를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대통령이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배려는 해주는 것이 맞았다. 어차피 오필연도 공화당에 늦게 입당하면 그만큼 당비를 덜 낼 수 있을 테니 이익일 테고.
결국 나는 못 이기는 척하면서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 순간, 정무수석의 얼굴에 일말의 안도감이 스쳤다.

물론 내가 공짜로 아량을 베풀어주는 건 아니었다.
“게이트관리위원회를 행정안전부로 순순히 넘겨주셨으면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한 달 안에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기관명은 어떻게 하고 싶으신지….” “게이트대응청? 그래, 게이트대응청이면 될 겁니다.” 정무수석은 반쯤 해탈한 듯 “이름 괜찮네요….”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게이트관리청보다는 괜찮은 이름이었다. 재난은 관리하는 게 아니라 대응하는 것에 가까우니까.
나는 이름뿐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까지 제시해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행정안전부가 정부입법으로 발의하고,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는 조건이었다. 당연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청와대는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청와대에서는 곧바로 약속을 이행했다.
다음 날, 오필연의 장관 임명식이 이어졌다. 세이프파워볼
오필연은 대통령에게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고, 대통령은 가벼운 미소와 함께 임명장을 건네주었다. 겉보기엔 감정의 앙금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임명식 이후 간담회에서 싸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설이 돌았지만, 그건 가짜뉴스였다. 오필연은 간담회 없이 곧바로 세종시로 내려갔으니까. 임명장을 받자마자 이취임식도 없이 곧바로 업무부터 시작한 그였다.
차관 및 실국장들에게 인사를 받으면서 행안부 청사에 입성하는 오필연의 모습은 신기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무너져가는 정권에서 실세 장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힐러인데 정치 만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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