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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각성자를 활용하는 법 (2) 진보당.
사실 얘네가 대한민국의 유일한 진보정당은 아니었다.
평화당이야 진보 맛이 섞인 잡탕이지만, 비교적 선명한 노선을 파워볼사이트 견지하는 진보 계열의 정당도 여러 개였다. 녹색주의를 추종하는 당, 기본소득을 정당 이념으로 삼은 당 등등.
그러나 원내에 있는 진보 계열 정당은 진보당뿐이었다.
사실 의석만 보면 별거 아니었다. 그리고 솔직히 지지율도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6~7퍼센트 정도?
그러나 무시할 만한 존재는 아니었다. 이들은 노동계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양대 노총 중 한 곳이 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고 있었고, 실제로 진보당 의원 중 절반은 노동운동가 출신이었다. 기본적인 조직력과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당원 개개인의 참여도도 대단히 높았고.
‘사실 지금까지는 진보당이랑 엮인 적이 없는데 말이지.’ 나는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한 이후 진보당으로부터 타작을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찌 보면 진보당이 싫어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것이 나인데 말이다.
지금까지는 기껏해야 아프리카 출장에서 돌아온 이후 진보당의 비례대표 한 명한테 붙잡혀서 한 소리 들은 게 전부였다.

  • 권윤기 의원. 출장 마지막에 에티오피아 들르셨죠? 그것 때문에 칭송받고 계시고.
  • 칭송까지야. 훈장 하나 받을 예정이긴 합니다.
  • 정말 큰일 해주신 거죠. …그런데 혹시 그거 아십니까? 에티오피아에는 수도가 없는 환경에서 사는 인구가 삼천만 명이 넘어가요.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사람이 태반이구요. 상상도 안 가시죠?
  • 죄송하지만 상상이 안 갈 정도는 아닙니다. 저도 어린 시절에는 10년 넘게 기초수급자로 살아서요.
  • …어? 아, 어쨌거나 그 나라에서는 헌터 한 명한테 일족 전체가 의존해서 사는 문화가 발달해 있답니다. 기왕 간 김에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면 사람 몇만 명 구하는 효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요.
    고작 이 정도의 하소연이었다. 해당 국회의원이 아프리카문화재단의 이사를 지낸 적이 있어서 괜히 한 소리 한 모양이었다. 딱히 불쾌한 경험도 아니었다.
    이외에는 진보당하고 엮인 적이 없었다. 파워볼게임
    내가 지역구에서 재개발 사업을 앞당기기 위해 동네 공부방 설립이라는 훈훈한 사업을 취소시켰을 때도, 우리 슬기가 평택시에 소유하고 있던 부지가 LH에 수용되면서 돈벼락이 떨어졌을 때도 대체로 잠잠했었지.
    ‘물론 SNS에서 소소하게 지적하는 사람이야 있었지만.’ 그동안 진보당이 왜 나를 공격하지 않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관심도 없었고.
    그러나 이번에 그들이 제기한 의혹은 그냥 하소연이나 구시렁거림이 아니라 꽤 본격적이었다.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헌터들을 낙하산으로 꽂아서 국방부와 국정원을 장악하기라도 할 것처럼 급발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보당 진용대(비례) “안보 주권을 헌터에 넘기지 마라.”] [진보당-국군인권센터 공동으로 세미나 주최 예정… 이항복-권윤기 각성자 부대 구상 정면으로 비토할 듯] 아무래도 작정하고 나선 것 같았다. 당연하지만 평화당에서도 슬슬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정쟁을 떠나서 평가해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었다.
    우수한 특수전 부대는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한 비대칭전력이었다. 지금도 주요국에서는 각성자를 폭넓게 활용하는 중이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러시아의 늙은 공무원이 국정원 요원을 한 방에 때려죽였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두어 달쯤 시간을 두고 진행하려고 했는데, 힘들게 됐군.’ 나는 곧장 의원회관으로 복귀했다.

의원회관, 진보당의 진용대 의원실.
이곳의 풍경은 전형적인 진보당 의원실의 그것이었다. 평화당이나 공화당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이 여러 가지였다.
일단 직원 숫자가 적었다.
보통 의원실은 지역구에 두 명쯤 빼놓는다고 쳐도 최소한 예닐곱 명 정도는 자리를 지키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곳에는 고작 다섯 명뿐이었다. 나머지 네 명은 당사로 출근해서 당의 일을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민원인이 유난히 많다는 점 또한 특징이었다. 몇 명 안 되는 의원들이 진보 의제를 담당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재개정안은 진짜 손 놓으신 거예요? 빨리 처리해야지, 빨리!

이동식 방호벽 납품 비리 어쩔 거냐고요! 지금 우리는 방사청 앞에서 집회하고 있는데 의원님은 가만히 앉아 계시네? 응? 편하세요?
여기저기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민원이 빗발치는 중이었다. 엔트리파워볼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몇몇 민원인들이 자발적으로 알바생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민원 넣으러 와서 일을 거드는 격이었다. 민원인이라고 해봤자 태반이 시민단체 활동가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의원실의 주인인 국회의원 진용대 역시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하 직원들처럼 페이퍼와 전화에 치이는 건 아니었고,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느라 바빴다. 지금도 그의 앞에 여러 명의 기자가 앉아 있었다.
출입 기자조차 변변히 없는 진보당의 의원이 지금처럼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진용대가 최근 공화당의 거물인 권윤기에게 시비를 건 탓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권윤기가 밑 작업을 하던 각성자 부대에 선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그였다.
“진용대 의원님. 각성자 무용론을 제기하셨던데 이유가 뭔가요?” “한국은 해외에 병력 전개하는 나라가 아니잖습니까. 절대 그래서도 안 되구요. 쓸데없이 긴장감만 부추기고 국방예산 증액만 유발할 뿐입니다.” “주요국에서는 각성자들을 활용하고 있지 않나요?” “미국, 러시아 중국 등등. 예. 그렇죠. 그렇습니다. 그러나 해당 국가들이 각성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우리가 따라갈 필요는 없는 겁니다. 자존심은 상하지만 국력에 격차가 있다는 건 인정해야죠.” “아니, 국력에 격차가 난다고 꼭.” “단순히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자, 각성자들을 채용해서 어디에 쓸 겁니까? 어디 분쟁지역으로 보내서 시설파괴라도 시도할 겁니까? 아니면 GP 근무라도 시킬까요? 한국을 지키는 데 각성자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으음. 그런가.”
“그리고 지금도 군대에 각성자 많습니다. 특전사, SSU, UDT에서 활동하다가 나중에 소방관 특채 지원하는 헌터들이 있더라구요.” 기자들은 진용대의 주장에 딱히 참견을 하지 못했다. 그의 주장이 너무 논리적이라서 얌전히 받아적는 게 아니었다. 기자들이 침묵하는 건 그들이 각성자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기자들과 달리 진용대 본인은 최소한의 식견은 갖추고 있었다. 주요국에서 각성자를 얼마나 유용하게 쓰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각성자는 게이트 이외의 분야에서도 위력적인 존재였다.


사실 군대 수준의 무력을 발휘할 수 있는 헌터는 별로 없었다. 권윤기 정도라면 웬만한 기동사단 급의 전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지만 그런 존재는 별로 없었다. 권슬기야 워낙 예외적인 존재고.
그러나 애초에 각성자를 써먹는 국가들도 전면전에서 활용하려고 비싼 몸값을 감당하는 게 아니었다. 온갖 특수전 상황에서 써먹으려고 하는 것일 뿐이었다.
진용대는 그 유용성을 몰라서 반대하는 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알기 때문에 미리 틀어막으려고 하는 것에 가까웠다.
‘괜히 긴장감만 높이는 짓거리야.’ 한국이 각성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타국에서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왕에 확보한 전력은 써먹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어쩌면 분쟁을 유발하는 또 하나의 씨앗이 될지도 몰랐다.
국가 간 긴장을 고조시키면 안 된다. 진용대는 본인의 이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한국에 각성자 부대는 필요 없습니다.” “아니, 그래도 너무 확신하시는 건 아닌지.” “그럼 제가 역으로 묻겠습니다. B급 헌터만 해도 1년에 10억, 열심히 일하면 20억도 번다고 하더군요. 요즘은 줄었다고 들었지만 그래봤자 10억대입니다. 연봉 10억 받는 군인을 국민이 용납할 수 있겠어요?” “…….”
진용대가 일부러 구체적인 액수를 거론한 덕분일까. 기자들은 진용대의 주장을 부지런히 받아적기 시작했다. “권윤기랑 공화당이 연봉 10억 받는 군인을 만들려고 한다.”라면서 노골적인 선동에 나서진 않았지만, 한국의 실정상 힘들다는 주장에 그럭저럭 동조하는 편이었다.


다만 여론의 반응은 엇갈렸다. 전부 진용대에게 동조하는 건 아니었다.
[진용대 이 새끼는 군사훈련 받은 각성자가 얼마나 가성비 쩌는지 모르나 봄. 비각성자 출신 특수부대도 비대칭전력인데 각성자는 오죽하겠냐.] └ㅇㅇ 티어1급 특수부대 한 팀 보내야 해결할 수 있는 작전도 각성자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다는 게 미국에서도 정설이라고 함.
└ A급이면 개인화기에 죽을 일은 없지? 퍼질러 자다가 당하는 거 아니면.
└ 실현되면 쩔 것 같은데. 그냥 소수만이라도 편성하면 안 되남? EOS파워볼
주로 슈퍼솔저로 대활약을 펼치는 각성자들의 모습을 기대하는 여론이었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단신의 힘으로 중대급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군인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용대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특히 고비용에 대한 문제의식에 동조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군의관 장기 복무 인력도 못 채우는 게 대한민국 현실 아닌가요? 사실 연봉 두 배로 늘려주면 군의관 부족할 일 없습니다. 그런데 형평성 때문에 못 하고 있잖아요. 헌터라고 다를 일이 있을까 싶은데요.

헌터 서너 명이야 어찌어찌 채용할 수 있겠지. 떼돈 포기하고 국회의원질 하는 권윤기처럼 군대에 관심 있는 헌터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유의미한 전력으로 편성하려면 서너 명으로는 안 될 텐데?

공화당에서 권윤기로 재미 보다가 감을 잃어서 현실성 없는 소리 지껄인 거임.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니 포기하자는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었다. 평화당의 의원들도 진용대를 도와주고 있었다. 헌터들을 군에 편입시켜봤자 융화될 가능성이 전혀 없고 오히려 전투력만 저하시킬 거라면서 말이다.
“휴, 그래. 이만하면 건드린 보람이 있구만.” 진용대는 이 정도면 반타작 이상이라고 생각하면서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의 소속 정당인 진보당에서는 권윤기에게 시비 거는 걸 은근히 꺼리는 편이었다.
권윤기가 무서워서? 그딴 이유는 아니었다. 권윤기 좀 긁는다고 당사가 박살 나는 것도 아닌데 무서워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애초에 진보당은 당세가 작기 때문에 권윤기한테 맞아봤자 당력이 깎여나갈 일도 없었다.
그럼에도 진보당이 권윤기를 피하는 이유는 하나. 오픈홀덤
‘역삼게이트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있나.’ 역삼게이트, 그리고 그 역삼게이트에 투입된 여명파티.
그 존재는 진보당에 각별한 의미였다. 평화당 정권이 여명파티를 징집하는 과정에서 행정력을 남용하고, 그 이후 가혹한 게이트 재앙이 닥치면서 진보당이 한동안 반사이익을 누렸던 것이다.
당시에 평화당의 지지층을 흡수하며 재보궐과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성과를 누렸던 것이 바로 진보당이었다. 심지어 울산시장을 배출하기까지 했다. 진보당에 있어서는 가히 역사적인 승리였다.
그리고 그때 빨았던 꿀을 기억하는 진보당의 일부 정치인은 여전히 권윤기에 대한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권윤기를 역사의 희생자쯤으로 보는 경향이 있달까.
‘웃기는 일이지. 이미 공화당에 가서 정치만 잘하는 놈인데.’ 진용대는 그 이상한 기피 정서를 극복하고 권윤기를 향해 칼을 뽑은 장본인이었다. 어차피 인신공격도 아닌 만큼 거리낄 이유가 없었다.
혹시라도 지금 당장 권윤기가 의원실에 들이닥쳐 준다면? 오히려 대환영이었다. 혹시 그와 논쟁을 벌여서 발리더라도 이익이었다.
“권윤기가 내 이름을 곧 언급할지도 몰라. 잘 들여다보라고.” “예, 예.”
비서들은 일에 쫓기던 와중에도 진용대의 지시를 기꺼이 받들었다. 이게 큰 건수라는 걸 다들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진용대는 이참에 체급도 키우고 진보당의 존재감도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이번에 각성자 부대 정책을 반박하고 나선 건 진용대라는 의원이었다. 본인이 직접 광을 팔고 다닌 덕분에 따로 찾아낼 필요도 없었다.
“진용대 의원, 진보당에서는 매우 드물게 국방통을 자처하는 양반입니다.” 보좌관의 보고였다.
“설마 군인 출신은 아닐 테고.” “계룡대에서 병사 생활을 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국방통은 아니고 군과 관련된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답니다.” 꼭 장성 출신이라야 전문가는 아니었다. 애초에 정치권에서는 전문가라는 개념이 불확실하기도 했다. 그리고 진용대가 설파했다는 주장을 점검해보니 전부 다 틀린 내용은 아니었다. 뻔히 아는 걸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진보당 의원이 터뜨린 것치고는 제법 화력이 나오긴 하네.’ 이대로 가면 뉴스 한두 꼭지 보도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고, 조만간 토론 프로그램 소재로 쓰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올드미디어가 아닌 유튜브 시장에서는 이미 신이 난 눈치였다. 특수부대 출신 유튜버들은 벌써 달리고 있었으니까.
이쯤 되자 주변에서도 내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이번에 최고위원이 된 천서진은 직접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혹시 진용대 의원을….” “수술 안 합니다.”
“아, 네.” 로투스바카라
체급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대를 직접 핍박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논리 싸움으로도 제압할 수야 있겠지만 비효율적이었다.
다만 그가 기왕 각성자 부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줬으니 역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원래 정책이란 건 논쟁 속에서 관철되는 법이었다. 그냥 필요하니까 만들어야 한다고 정직하게 주장하는 것보다 이편이 더 빨랐다.
힐러인데 정치 만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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