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NO.1 로투스 바카라 공식 로투스식보 로투스홀짝분석 바로가기

로투스 바카라 공식

“127화. 국정감사 (1)
의원회관 10층, 권윤기 의원실.
이곳의 인턴인 민무구는 지난 몇 달간 굉장히 행복하게 일해온 편이었다.
인턴 처우가 기막히게 좋아서? 그런 건 전혀 아니었다. 인턴 비서는 직업으로서는 최악이었다. 월급은 깜찍한 수준인데 노동시간은 무척 길었다.
심지어 인턴으로 열심히 일한다고 9급 비서가 보장된 것도 아니었다. 인턴 비서만 4년씩 하면서 꾸역꾸역 나이만 먹는 이들도 많았다. 의원실이 워낙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그럼에도 민무구가 만족하는 건 덕질과 생업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요즘 세대치고는 매우 드물게 헌터 덕후였다.
사실 옆 나라 일본만 해도 헌터 덕후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아이돌이나 코믹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굉장히 학구적으로 덕질을 하는 애들이 숱하게 포진해 있었다. 반면 한국은 헌터 덕질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극소수의 고 관심층이 몰래 위키나 만지작거리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좀 바뀐 편이지.’ 헌터 혐오는 최근 6개월 사이 몰라보게 수그러든 상태였다.
요즘은 뒤늦게나마 헌터들을 우호적으로 봐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물론 대놓고 헌터를 좋아한다고 하면 “차라리 아이돌을 빨지 그러냐.”라는 핀잔을 받긴 하겠지만 최소한 지탄받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덕분에 민무구는 돈을 벌면서 취미생활까지 병행할 수 있었다. 그가 모시는 영감님이 세계 최강의 힐러이자 현역 국회의원이기 때문이었다. 워낙 바쁜 양반이라 얼굴은 보기 힘들지만, 운 좋게 말을 섞어본 경험은 두어 번 있었다.

저, 의원님. 역삼게이트 들어가기 전에 레벨 20대였다는데 사실인가요?

응. 로투스홀짝

그럼 지금은?

웬만큼 높습니다. 레벨 물어보는 거 보니까 다음으로는 역삼게이트에서 얼마나 굴렀는지 물어보고 싶은가 본데 접어둬요. 흥미본위로 들을 만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고어물이나 피폐물 같은 거 좋아하면 다른 데서 찾아보고.

넵. 죄송합니다. 그의 영감인 권윤기는 까칠한 양반이었다. 아니, 까칠하다기보다는 사람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행동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10번 중의 8번 정도는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감으로 때려 맞추는 양반이기도 했다.
민무구도 눈치가 있기에 권윤기에게 대놓고 들이대거나 하지는 않았다. 덕질은 취미지만 인턴 비서는 직업이니까.
취미와 별개로 민무구는 썩 괜찮은 인턴 비서였다. 권윤기가 원한다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충성심을 증명할 생각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소속 상임위가 외통위다 보니 과로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형편이었다.
‘이번 국정감사 때 뭔가 보여줘야 해.’ 민무구는 이런 각오로 국정감사 준비과정에서 이것저것 의견을 내고 있었다.
사실 인턴 비서는 의원실 내부에서 발언권이 전혀 없었다. 회의할 때는 의견을 내기보다는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이 임무였고, 평소에는 4급 보좌관이나 5급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자료수집을 하는 것이 임무였다.
그러나 민무구는, 적어도 헌터에 관해서 만큼은 보좌직원을 통틀어 가장 도드라지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5급 비서관이자 현역 A급 헌터인 정아윤과 비교해도 아는 게 더 많을 정도였다.
그는 헌터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그 제안 중 여러 개를 실제로 관철했다.
문제는 그것 때문에 민무구 본인의 노동강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이봐요. 민무구 비서. 원래 국정감사 앞둔 시기에도 인턴한테는 야근 안 시키는 게 관례거든. 하루에 10시간씩 근무시키는 것만도 미안한 일이잖아. 그런데….” “저는 기꺼이 하겠습니다.” “그래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제가 자초한 일인데요.” 민무구가 야근까지 하면서 붙잡고 있는 소재 중 하나는 북한 이슈였다. 정확히 말하면 북한의 게이트 재난 이슈였다. 처음부터 건수 하나 만들자는 생각으로 고른 재료였다.


한국에는 북한의 게이트 재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동해상에 미사일 몇 발 쏘는 것보다는 휴전선 인근에서 게이트 침식 한 번 발생했다는 뉴스가 훨씬 더 잘 팔릴 정도였다.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애정이 넘쳐서 관심을 가진다기보다는 DMZ에 괴수들이 출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펼쳐지는 현상이었다. 수색대로 근무하다가 괴수랑 맞닥뜨린 경험이 있는 병사가 여러 명이었다.
“그래요, 민무구 비서. 우리도 잘 팔리는 소재 하나쯤은 건드려야지. 어차피 대중도 헌터 출신 국회의원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니까.” “예. 감사합니다.”
민무구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면서 국감 직전의 야근 모드에 들어갔다.
피감기관에서 제출한 자료를 뒤지는 건 기본이고, 중앙부처의 주무관급 공무원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팩트 체크까지 병행한 그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의 영감인 권윤기의 끗발이 워낙 센 덕분에 공무원들의 태도가 고분고분하다는 점이었다.
“북한의 자강도 중강에서 S급 게이트 침식이 발생했고, 중국이 그 수습에 관여했다는 건 확정적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국정원에서도 정보위를 통해 확인해준 정보구요. 물론 북한 당국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지만요.” “원래 중국에 대한 북한의 예속성이 점점 강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게이트 때문에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분위기네요. 대북 관계에서도 분명히 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으니 와꾸를 잘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의원님은 대북 지원 꺼내실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DMZ에서 애꿎은 병사가 다치는 사태가 발생할까 봐 관심 정도만 두시는 거죠.” …
열심히 입을 털고, 자료를 뒤지고, 실시간파워볼 선임들의 심부름을 하다 보니 민무구는 어느새 허리가 뻐근해질 지경이었다.
‘휴. 국정감사를 괜히 힘들다고 하는 게 아니구나.’ 물론 권윤기 의원실만 힘든 게 아니었다. 의원회관에서 간단하게 몸을 씻고 야식을 시켜 먹는 직원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사실 벼락치기를 한다고 국정감사 성과가 꼭 잘 나오는 건 아니지만(애초에 국정감사로 성과를 내는 시대가 아니었다.) 다들 뭣 빠지게 열심히 하다 보니 권윤기 의원실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아니, 솔직히 다른 방보다 부담감이 더 심했다. 권윤기의 이름값이 워낙 높다 보니 게이트/헌터에 관한 이슈가 발생하면 무조건 권윤기한테 제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하다못해 A급 헌터의 학폭 논란만 일어나도 권윤기 의원실에서 입장문을 내야 했다. 입장문을 안 내면 “학폭 옹호냐!”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
민무구는 의원실에 쏠리는 이 기대감에 반드시 부응하고 싶었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각에 느지막하게 의원실에 들어온 권윤기의 모습을 보니 그 동기가 더더욱 강화되는 느낌이었다.
오늘 권윤기는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에 들러서 1등 공로 훈장을 받고(장관급이 직접 방한해서 권윤기의 가슴팍에 달아줬다.) 그 뒤에는 검성과 대련까지 했다고 했다.
S급 헌터끼리의 대련. 중계권을 팔면 돈벌이를 시원하게 할 수 있을 만한 콘텐츠였다. 권윤기의 얼굴이 멀쩡한 걸 보니 가볍게 겨룬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멀쩡한 몸 상태는 아닐 듯했다. 아마도 피로에 절어 있겠지.
그런데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선임보좌관에게 국정감사 준비상황을 보고받는 모습. 과연 일국의 헌터업계를 지배하는 사람다웠다.
인턴 민무구는 권윤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각오를 되새겼다.
‘그래. 나도 열심히 해야지.’ 사실 다른 방의 인턴 중에는 권윤기 의원실을 오해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초인의 반열에 오른 헌터가 이끄는 곳이다 보니, 심지어 비서관 중에도 A급 헌터가 있는 의원실이다 보니 근무환경이 색다를 거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민무구가 직접 겪은 권윤기는 굉장히 성실하고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설마 정치가 순수하게 재미있어서 저 미친 과로를 자처하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분명히 공인으로서 책임감이 있는 거겠지.
민무구는 열심히 일하는 세이프파워볼 의원에게 어울리는 인턴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에너지 드링크를 한 캔 더 들이켰다. 세계 최강의 힐러 밑에서 일하고 있지만, 피곤할 때 기댈 수 있는 건 역시 드링크와 커피뿐이었다.


의원실에 들어오니 인턴 친구가 어쩐지 날 뜨겁게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젊은 친구의 노고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나를 상대로 덕질을 하고 있다는 걸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직장 상사를 업무 외적으로 동경하는 건 현명한 일은 아니었다. 우상을 가까이에서 보면 환상이 깨지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나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인턴의 기대치를 채워주는 정도의 퍼포먼스는 꾸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오늘도 에티오피아 대통령이 수여한 1등 공로 훈장을 의원실에 진열해놓은 나였다.
나는 자리에 앉아 직원들이 준비한 국감 원고를 첨삭하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첫 번째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었다.

국정감사. 흔히들 수확철이라고 부르는 시기였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권력을 가장 생생하게 체감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재벌 총수들이 국감 출석 한 번 회피해보겠다고 온갖 기기묘묘한 로비를 일삼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국정감사장에서 설설 기는 피감기관 수장들한테 호통을 치다 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그 재미 때문에 모든 의원실에서 국감 준비를 뼈 빠지게 하는 건지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국정감사에 목숨을 걸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국정감사가 특별한 이유는 하나였다. 피감기관(중앙부처부터 공기업, 정부 출연 재단까지)들이 각 잡고서 의원들을 상대하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실실거리던 기관장들조차도 국감 때는 긴장을 빨고 임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나를 상대하는 공기관들은 평소에도 각을 잡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외교부 패싱, 안성교와 오필연에 대한 처우) 때문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원래 사람들은 성깔 부리는 상대한테 약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도 직원들 사기 저하시킬 필요는 없겠지.’ 나는 직원들한테 간식을 챙겨 먹이고, 사재로 교통비까지 지원해가면서 독려해줬다. 내가 “적당히 하라.”고 해봤자 듣지 않으리라는 걸 뻔히 알기 때문이었다. 300개의 의원실이 전부 열성으로 임하는데 우리 직원들만 설렁설렁하는 것도 이상하지.
다행히 우리 직원들은 큰 난관을 겪지 않고 국감용 이슈를 차근차근 발굴하고 있었다. 내가 최근 국제적으로 놀아준 덕택이 컸다.

  • 저, 권윤기 의원님. 솔직히 아프리카 썰만 풀어도 국감 내내 써먹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에서 1년 동안 일한 것보다 의원님이 열흘 동안 깔짝 일하면서 낸 성과가 더 커 보입니다.
  • 6.25 참전용사 지원사업 관련해서 목소리 한번 내면 어떨까요? 마침 에티오피아에서 추앙받고 계시잖습니까.
    실제로 나는 그동안 쌓은 실적만 풀어도 국정감사장에서 한 몫 이상은 해낼 수 있는 몸이었다. 아무래도 외통위 소속 국회의원 중에 워낙 고령의 중진들이 많다 보니 나보다 열심히 일하는 의원도 없었다.
    그러나 내가 진짜 중점을 두는 건 아프리카 이슈도, 지금 직원들이 한창 열 내가면서 준비하고 있는 건수들도 아니었다. 물론 직원들이 준비해준 건도 열심히 소화하긴 하겠지만, 역점 사업은 따로 있었다.
    바로 헌터 수출이었다.
    엄연히 인간인 헌터를 수출한다는 게 좀 세이프파워볼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원래 예전부터 ‘인력 수출’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행해지던 사업이었다. 이번에는 헌터를 그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조금 다를 뿐.
    나는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그 물꼬를 틀 생각이었다.
    ‘슬슬 때가 되긴 했어.’
    현재 한국은 헌터들이 초과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복귀하기 이전과는 비교하기도 힘들었다.
    단적으로 S급 헌터의 숫자만 두 배로 늘어났고, A급 헌터의 숫자도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었다. 슬기가 갑자기 이마에 띠를 두른 채 파업을 선언해도 인력난이 발생하는 걸 막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슬기는 쉴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몸을 풀어주지 않으면 펜트하우스에서 고독사할지도 모르는 애가 걔였다.
    ‘그렇다면 결국 남아도는 인력을 처리할 방법을 찾아야지.’ 당연하지만 공짜로 우리나라의 헌터들을 외국으로 돌릴 생각은 없었다. 외국에 나가서 자원봉사 하라고 내몰 생각도 없었다.
    내가 기획하고 있는 건 해외 수출이었다. 그중에서도 동남아가 유력했다.
    동남아는, 물론 아프리카에 비하면 대체로 상황이 괜찮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동남아 헌터들은 대체로 역량이 부실한 편이었다. 등급 책정이 미덥지 않다는 의혹은 아프리카보다도 심한 편이었고.
    그러나 헌터들의 부실함과 별개로 동남아의 외교 파트너로서의 가치는 상당했다. 경제적인 메리트만 따지면 유럽보다도 중요했다.
    당연하지만 아프리카와 달리 원조의 성격은 조금도 섞지 않고 철저하게 장삿속으로 임할 생각이었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외교부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국 헌터들의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외국에 인력 돌리겠다는 명분을 대놓고 내세울 순 없으니까.
    나는 국정감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그 물꼬를 틀 생각이었다.
    힐러인데 정치 만렙”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