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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화살이야? 근래에는 총알만 봐서 그런가, 신선하네.” ‘총알이라.’ -집중해!
녀석의 말대로 지금은 눈앞의 상황에 집중해야 할 때.
홀리링은 자신에게 날아드는 화살촉에서 시선을 거두더니 몸을 살짝씩 움직이는 것만으로 모조리 피하다가 마지막에 날린 화살촉이 그녀의 앞 머리카락 세 가닥을 가르고 지난다. 하늘하늘 떨어져 내리는 보랏빛 머리칼. 홀리링은 잘린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비비며.
“잘 자르네. 배웠나 봐?” 저 여유, 저 직관력, 저 힘. 인정한다, 지금의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3턴 시작] [마나의 샘이 회복됩니다.] 덱에서 다섯 장의 카드가 뽑혀 주르륵 나열된다. 저쪽은 이미 한 장을 골랐는지 판 위에 카드가 올라와 있다. 나도 적당히 공격카드를 하나 고르려다. 줄어드는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55, 54, 53.
50초는 대화할 시간이 주어진 셈이 아닌가. 파워볼실시간
“마왕소년단.” “응?”
손톱을 관리하던 홀리링이 이쪽을 본다.
“유명한가?” “그러엄~ 하층에서는 마왕소년단의 몸매가 예술이라서 팬덤이 엄청나. 특히 약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잔근육이 너무 매력적이라 데뷔하기
전부터 팬이 십만 명이었어.” 근육.
-야, 이거. 혹시.

“자갈밭의 악마라고 아나?” 검은 바탕에 적색의 동공이었던 그녀의 눈이, 새하얗게 물든다.
“그걸 말이라고 하니. 마계의 전설적인 걸 크러셔, 오직 체술만으로 천만 마왕을 감동시킨 그분의 호칭이잖아. …그런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아니? 되게 오래전 이야기인데.” 이어진다. 그 세계다.
35, 34, 33.
시간이 없기에 짧게 세이프파워볼
“나도 제자였다.” “뭣!? 네가? 어떻게? …아, 플레이어니까 또 모르는구나. 한동안 플레이어가 하층의 던전랭킹에 진입한 적이 없어서 너네들 특성을 잊고 있었네. 네 말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건데.” “사실이다.” “증명해 봐.” 다리를 드릴로 만드는 걸 보여줬으나 반응이 시큰둥하다. 그런 기술은 기초 중의 기초, 자기도 할 수 있다면서 채찍을 다리에 말아 드릴화하고는 당황하는 날 보며 깔깔 웃는다.
“그래도 그분을 안다는 거 자체가 마음에 드네.” 18, 17, 16.
“너는 왜 1층으로 올라왔지?” “네가 그분의 제자라고 하니까 하는 말인데, 실은 마왕소년단이 이번에 내 던전에서 공연하거든.” “너에겐 좋은 일이군.” “좋지! 너무 좋은데, 하필이면 룰렛 행사가 던전주와 함께하는 이벤트가 걸려서 나도 옆에서 같이 춤춰야 해.” “연습하러 온 건가?” “응, 하층에서 하다가 다른 사람 눈에 띄면 자존심 상하니까. 여기서 하는 거야.” “나는 괜찮고?” “너야 뭐, 여기서 죽을 건데.” …….
너무도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5, 4, 3.
공격 카드를 눌러 판으로 보냈다.
‘그런데 두 번이나 올라왔다는 건. 잘 안됐다는 의미겠지?’ -춤에 별 재주가 없나 보네, 물어봐.
시간이 없다. 짧게.
“몸치?”
옆집에 사는 드센 누나 같던 홀리링의 표정이, 내가 사고 친 걸 알아차린 상사의 얼굴로 변한다.
[필살기-귀신가시 난무] [공격]
지금까지와는 다른 글자체와 색상의 카드. 홀리링이 쥐고 있던 채찍이 저 혼자 공중에 부유. 가시 하나하나가 자라나더니 채찍으로 변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굵기와 길이를 자랑하는 덩굴이 정면에 나타났다. 그리고 모든 가시의 끝이 하얀빛을 머금고 나를 가리킨다.
[신성 늑대조련사:홀리링의 특성, ‘절대적 선제공격’이 발동합니다.] -으으, 으아아악!
애시드 레볼루션이 비명을 지르며 먼저 의식을 잃었고, 슬라임 몸은 믹서기에 갈리는 것보다 더 잘게 분해되어 흩어졌다. 멀어지는 의식을 붙잡으며, 겨우 내뱉은 한 마디.
“도와주려-” “어머, 일찍 말하지 그랬니.” 퍼석


4회차.
[특별한 상황:당신은 또 어릿광대와 마주했습니다. 오, 그때와는 다른 모자를 쓴 광대로군요. 제안도 달라질까요?] [어릿광대:행복 출현] 세 개의 금색 구슬을 모자 끝에 매단 광대가 일자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모자 속에서 물건을 꺼낸다.
“세 번의 기회. 한 번의 선택. 지나간 건 파워볼사이트 고를 수 없다.” 기만과 똑같이 생긴 우스꽝스러운 외모와 화장이었으나 음성만은 달랐다. 중저음의 무거운 목소리.
“첫 번째 물건, 100포인트.” 흔한 입장권같이 생긴 종이에 100p라는 글자가 쓰여있다. 이제 100포인트 정도는 쉽게 모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다음 물건을 보여달라 하자.

“두 번째 물건, 1000포인트.” 1000p라 적힌 종이가 모자 속에서 나온다. 광대의 표정은 처음과 같이 약간의 미소를 띄는 그대로다.
-헤일로, 이거. 다음엔 만 포인트 아니면 꽝일 거 같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여기서 만족하느냐, 다음으로 가느냐.
-세 번째로 넘기자.
‘꽝이면?’
-꽝이면 뭐 어때. 전에 네크로맨서 만나서 2천 넘게 벌었다며? 걔 만날 때까지 뺑뺑이 돌면 되지.
‘말은 쉽지.’ 그리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영 틀린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세이프파워볼
“다음.”
어릿광대가 이를 드러내며 킬킬 웃는다.
“세 번째 물건은.” [어릿광대:행복의 이름이 변합니다.] [어릿광대:절망 출현] 천 포인트를 모자 속으로 집어놓고 다시 빼어냈을 때 손에 쥐어진 건, 붉은 단검 두 자루.
“너의 죽음.” 중저음에서 더 내려가 무겁다 못해 듣기 버거운 목소리가 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순간 저주인가 싶었는데, 전투개시조차 없이 내게 달려들어 목을 베는 어릿광대. 놈은 쓰러지는 날 보며 씩 웃고는 갈림길의 왼쪽 통로 저편으로 사라졌다.


-역시 내가 오길 잘했지? 킬킬킬.
슬라임이 아니었다면 5회차를 시작해야 할 판이었기에, 턱을 작게 끄덕여 긍정하고 잘려 나간 목을 이어 붙이며 일어서서 광대가 간 방향을 유심히 살폈다.
‘따라 가볼까?’ -절망이 본래 정체였잖아. 가봐야 좋은 꼴 못 볼걸?

‘일리 있네.’ 과감하게 버리고 다섯 갈래 중 두 번째 통로로 이동.
[특별한 상황:당신은 과거에 자신이 버렸던 평범한 유물:이기적인 독사의 단검과 조우했습니다. 저길 보십시오. 유물이 오랫동안 제단의 힘을 흡수해 변화가 생겼군요.] 통로를 빠져나오자 방의 중심엔 악취의 구가 올려져 있었던 제단이 나왔다. 흐릿하게 하수구 향이 난다. 방금 지나온 통로가 바이트와 만났던 거기였구나, 어쩐지 눈에 익더라니.
애시드 레볼루션과 전 회차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어 알아차리지 못했다.
[고귀한 유물:참회한 악독의 단검] [공격력 : 150] [모든 공격은 상대를 치명적인 독에 중독시킵니다.] [20턴 지속] [*치명적인 독] [턴당 5%의 피해를 입힌다.] !
상대가 회복 계열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한, 20턴을 버티면 이기는 유물. 중간에 공격을 성공시키면 턴이 줄어들 테고. 거기다 기존에 다른 장비를 착용할 수 없다는 제한도 사라진 상태.
“훌륭하다.” 단검을 뽑아 들자, 날에서 투명한 액체가 뚝, 떨어진다. 바닥에 닿으니 치익 소리를 내며 메케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맛있겠는데.
‘독도 먹나?’ -네가 가끔 밥 대신 시리 오픈홀덤 얼을 먹는 거랑 같은 경우라고 보면 돼.
아하.
‘그럼 넣는다.’ -와라!
단검은 내 전용 보관소인 복부에 밀어 넣자 연한 녹빛을 띄던 육체가 검녹색으로 물든다.
[체내에 유물을 보유하는 동안 육체가 강화됩니다.] ‘어때?’
-그럭저럭, 소금 넣은 우유에 코코볼 탄 맛.
꼭 먹어본 것처럼 디테일한데. 어찌 그렇게 잘 아냐고 물어보려다, 내가 알아서 뭐 하나 싶어서 관뒀다. 그리고 육체가 얼마나 강화되었는지 알기 위해 점프를 하거나 이리저리 움직여봤지만, 딱히 달리진 걸

-싸워봐야 알지. 다음 방으로 가자. 슬슬 괴수가 나올 때 됐어.
외길 통로를 따라 쭉 이동하자, 또 익숙한 방이 나타났다.
[평범한 상황:괴수의 방입니다. 이번 회차는 과거와의 연이 연속해서 이어지는군요. 당신에게는 복수의 시간입니다. 마음껏 즐기시길.] [괴수:스컬 뱃 출현] -쟤야? 첫 회차에서 널 죽인 게?
‘왜, 네가 처리하게?’ -카드만 뒤집어주면, 못할 것도 없지. 잘됐네, 나는 육체 테스트하고 너는 그거 써 봐.
‘오케이.’
[전투 개시] [공격]
[두개골 구멍 내기] 스컬 뱃은 붙잡고 있던 종유석을 놓으며 내가 있는 곳으로 고속으로 활강, 날카로운 송곳니를 그때처럼 두개골에 박아넣었으나.
-멍청한 놈. 하기야 뇌가 없으니 당연한가.
머리에 이빨을 박은 거로는 만족하지 못 로투스홀짝 했는지, 연속으로 물어대는 스컬 뱃. 그걸 가만히 보던 애시드 레볼루션은 내 팔과 다리를 움직여 놈의 턱에 돌려차기를 먹인다. 스컷 뱃은 기우뚱거리며 중심을 잃고 옆으로 밀려난다.
스컬뱃은 이빨을 내밀며 우리를 위협했으나, 놈의 송곳니가 흐물거리면서 종유석 끝에 매달린 물방울처럼 흔들리더니 땅으로 툭 떨어진다. 이어서 내 몸에 닿았던 모든 부위가 녹아내렸고, 최종적으로 뒤로 물러나 도망치려던 녀석에게 내가 틀에서 만들어낸 총알의 외형을 가진 마나에 의해 목뼈가 관통.
[전투 종료] [괴수:스컬 뱃이 보유 중이던 9p 획득] -에이, 별맛도 못 봤네. 그래도 독이 쓸만하긴 하네. 위력도 확실히 올랐고. 너는?
‘이쪽도 쓸만해.’ 탄환틀에서 제조된 마나탄환. 총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탄두. 예전에도 만들어볼까 했지만, 마나 투자 대비 성능이 촉보다 못해서 관뒀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의지력이 크게 상승한 상태였기에 도전해봤고 소소한 성공을

‘이 정도면, 마나의 샘 1턴에 마나탄환 10개는 만들 수 있겠어.’ -나쁘지 않네.
‘회전까지 걸어보려 했는데, 그건 실패.’ -처음부터 될 리가 있나. 차근차근하는 거지. 그래도 틀로 찍어내는 거 자체는 성공했잖아. 거기다 뼈를 뚫고 지나갈 정도의 관통력까지. 그만하면 첫 실전치고는 괜찮지. 낄낄, 모스 놈이 놀랄 게 벌써 기대되네.
좀 더 효율적이고 위력을 증가시킬 방법을 의논하며 다음 방으로 이동.
[평범한 상황:고슴도치형 괴수로군요. 가시만 조심한다면 당신에겐 큰 위협이 될 수 없습니다.] [괴수:발롱 이롱] 통통하게 생긴 녀석이 뒤뚱뒤뚱 걸어오더니 햑햑! 거리며 나를 위협하곤 전투가 개시되자 몸을 말아 굴러왔다. 전과 같이 역할을 나눴고 2턴 만에 처치.
[22p 획득] 내 전임이 이 녀석에게 꽤 죽었던 모양.
그렇게 다음으로 나아갔고 세 번 연속 괴수와 조우. 나는 마나탄환을 연습, 애시드 레볼루션은 여유롭게 다시 구매한 지팡이로 적을 상대.
그렇게 보스방 앞에 도달.
-있을까?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마.’ – EOS파워볼 너도 있을 거 같잖아, 솔직히.
…….
차마 아니라고는 못하겠어서 침묵하며 문을 열었다. 빠른 속도로 허공에 새겨지는 글씨.
[최악의 상황:저런-] 거기까지만 보고 한숨을 토했다.
“어머, 한참 기다렸잖니.” 이번에는 아예 기다리고 계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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