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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은 틈이 날 때마다 싱가포르에 방문해 마리나 베이 샌즈 공사 현장을 살폈다. 그가 들릴 때마다 마리나 베이 샌즈의 그 화려하고도 불가사의한 자태가 세상에 점점 드러나고 있었다.
그 사이에도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갔고, 고준석은 TB그룹의 미래를 챙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2005년 12월,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우현석과 조성민, 스티브 워즈니악과 앤디 루빈의 콰르텟이 선보인 TB전자의 ‘프리덤 스마트’가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전 세계는 스마트폰의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유비쿼터스의 4기사들이 가져온 선물, 프리덤 스마트! 출시 이후부터 1년간 세계 판매량 9천만 대 돌파!] 프리덤 스마트의 출고가는 기존의 핸드폰보다 월등히 비싼 600달러에 육박했다. 높은 가격에도 출시한 지 1년이 다 됐는데도 전 세계 사람들은 프리덤 스마트를 구매하려고 발을 동동거렸다. 오히려 재고가 없어 구매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이 수백만 명 이상 밀려있었다.
덕분에 저동에 새로 지은 TB그룹의 신사옥 단지인 TB 글로브 시티 1관 회의실에 모인 고준석 이하 TB그룹 사장단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개해있었다.


“프리덤 스마트는 우리 TB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상석에 앉은 고준석의 질문에 감히 No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이 방에 하나도 없었다.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올해 TB전자의 매출은 사상 세이프파워볼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TB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장님. GX그룹과 합작으로 진행하고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 사업도 흑자전환을 하면서 순이익도 크게 늘었습니다.” “상사부문도 배터리에 공급하는 리튬과 니켈의 매출 추세를 보면 5년 내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산도 평택과 베트남에 스마트폰 공장을 지으면서 매출이 늘어났습니다.” “중공업도 스마트폰 프레임을 가공하는 정밀기계 등을 납품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계열사 사장들의 대답은 입발린 용비어천가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스마트폰 사업 하나에 계열사 몇 개의 매출이 조 단위로 올라갔기에 계열사 사장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으로 전자와 물산, 에너지, 중공업 기계부문 매출이 신장됐습니다. 게다가 우리의 중점사업이자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과 해운, 조선, 중장비, 자동차까지 사상 최고치의 성과를 기록했지요. 안 그렇습니까?” 고준석이 빙긋 웃으며 건넨 격려 섞인 질문에 해당 사업들을 담당하는 사장단들도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마트폰 사업에 끼지는 못했지만······.’ ‘우리 노고를 회장님께서 모르실 리 없지.’ 스마트폰 사업도 잘 됐다지만, 그 수혜 없이도 좋은 실적을 기록한 계열사들의 성과도 괄목할만했다. 그걸 그대로 넘어갈 생각이 없는 고준석은 입으로만 때울 생각 또한 눈곱만큼도 없었다.
“각 계열사는 연말정산이 끝나는 대로 내규에 따라 최대치의 성과급을 모든 임직원들에게 지급하세요. 알겠습니까?” “예, 회장님!”
노력한 만큼 보상을 약속하는 고준석의 지시에 임원들은 힘차게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룹을 챙기는 와중에도 고준석은 자신의 동지들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아우님이 괜히 D램 치킨게임을 하자고 한 게 아니었군. 프리덤 스마트에 플래시 메모리와 AP를 댄 덕분에 태백전자 반도체 사업이 수지를 맞출 수 있었어.” “최 회장 말이 맞네. 자네한테 번번이 신세를 지는 것 같아서 미안했는데 내년부터 우리 신명도 TB전자와 스마트 사가 공동개발한 OS와 AP를 탑재해서 스마트폰을 판매하면 자네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걸세.” 최재헌의 태백전자와 이희명의 신명전자는 월드컵이 시작된 2002년부터 고준석의 제안을 받아들여 반도체 치킨게임에 한창이었다. 파워볼사이트
그 와중에 치킨게임을 제안한 고준석이 D램 단가 인하로 생긴 손해를 메워주다시피 했다. 덕분에 한국의 반도체 3사가 세계 점유율을 늘리는 데 무리가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 스마트폰 사업으로 그 출혈을 모두 메우고도 남았으니 치킨게임의 승기를 확실하게 굳히게 됐다.
이처럼 고준석과 최재헌, 이희명이 반도체 전쟁의 전면에서 싸우는 동안 우영무와 고승기, 고동석이 손가락만 빨고 있던 건 아니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정밀 부품은 걱정 마시오. 우리 GX와 한오그룹이 공동으로 개발한 폴리이미드에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MLCC가 내년부터 생산되면 일본 놈들한테 수입할 일은 없을 테니 말이오.” “우 회장님 말씀이 맞아. 그 쪽발이 놈들이 언제 뒤통수칠까 걱정할 일도 조만간 끝이야, 흐흐. 안 그러냐, 동석아?” “물론이죠. 게다가 디지털시티에 있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저희 쌍웅금융뿐만 아니라 여기 계시는 분들의 금융계열사에서도 지분을 꽤 많이 들고 있잖습니까?” 다시 말해 이 자리에 있는 여섯이 있기에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A to Z까지 거의 자립단계에 있었다. 고동석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이들 중 고준석이 입을 열었다.
“다들 뜻을 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쟁이 끝나면 전리품은 화끈하게 나누도록 하죠. 저희 TB는 인피니온을 인수하겠습니다. 신명전자가 NXP 세미컨덕터, 태백전자는 프리스케일을 인수하면 자동차 반도체 시장도 우리가 주도할 겁니다, 하하.” 세 그룹이 독일의 인피니온과 네덜란드의 NXP, 미국의 프리스케일을 인수하면 미국과 유럽에 생산 거점이 있는 TB자동차와 태백자동차가 판매를 끌어주면 된다. 또한······.


“인수비용이 만만치 않을 테니 각 회사마다 GX그룹과 한오그룹, 쌍웅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어떠십니까?” 다섯 사람 모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희명과 최재헌은 경영권을 확보할 만큼 지분을 인수하면 되고 나머지 세 회사는 거래처의 지분을 확보하여 이익을 늘릴 기회 아닌가?

그렇게 여섯 남자는 고준석의 진행 하에 반도체 산업과 그 전후방 산업 재편에 이어 전기자동차, 리튬 이온 배터리, 자원개발, 철강, 통신, 조선 등 다양한 안건을 논의하며 역할을 나눴다.
‘역시 고 회장은 다른 범주에 있는 친구야.’ 이 회의를 주도하는 고준석을 바라보며 이희명이 빙긋 미소 지었다. 나이가 들어도 불타는 투쟁심이 가라앉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고준석에게는 물 흐르듯 공감하고 있었다. 그의 통찰력을 인정하는 걸까? 세이프파워볼
‘고 회장이 나이는 어려도 세상 보는 눈은 나나 사돈, 최 회장보다 낫지.’ 우영무 또한 오늘 회의에서 나온 스마트폰 사업이 리튬 배터리 사업을 통해 전기자동차와 연결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준석을 또 한 번 다시 보게 됐다.
‘친구이긴 해도 정말 배울 게 많은 녀석이야, 후후.’ 고승기 또한 고준석을 친구로 대하면서도 또 다른 스승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을 불러다가 강의도 듣고 자문도 구하는 등 회사 일에 더더욱 힘을 쏟고 있었다.
‘우리 형이라지만 정말 대단하단 말이지.’ 고준석의 친동생인 고동석 또한 자신의 둘째 형이 자랑스러웠다. 비록 쌍웅의 간판은 자신이 물려받았지만 쌍웅의 역사를 더 창창하게 밝히고 있지 않은가?


‘준석이와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다.’ 그 중에서도 고준석에 대한 호감은 최재헌이 제일이었다. 집안과 그룹 내에서 위태로웠던 자신의 입지를 다져준 것도 모자라 태백그룹이 세계에 내놔도 당당한 기업으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준 고준석이니까.
그렇게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탄핵이 일어나든, 배아줄기 세포 사기극이 벌어지든, 이라크 전쟁에서 진 사담 후세인이 처형당하든 각자의,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며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

그렇게
고준석이 자신의 동지들과 함께 미래를 이끌며 2006년의 막바지에 다다른 것과 달리 조현정은 과거에 사로잡혀 있었다.
“씹어죽일 연놈들······.” 코스모폴리탄이 엔고 투기에 들어오기만 기다리다가 조현정이 입은 손실은 총 70억 달러.
그 막대한 손실을 메우겠다고 조현정은 투자를 유치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올인했다. 지금 시중에 나온 상품들 중 가장 안정적이고 가장 수익이 높은 상품 아닌가?
다행히도 수익은 제법 나오고 있었지만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조현정은 술집 여자처럼 탐욕스러운 배불뚝이들에게 웃음을 팔아야 했다. 자신이 죽인 거나 마찬가지인 조지 소로스에게 그랬던 것처 세이프게임 럼!
혼자서 중얼거리며 호텔 객실 소파에 앉아 위스키를 마시는 조현정에게 맞은편 소파에 앉은 웨이드가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합니다, 헬레네.”
엔고 투기 때까지만 해도 등등했던 기세는 이제 웨이드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의 소식만 믿고 조현정이 기다렸다가 날린 70억 달러는 자신이 평생을 일해도 갚지 못할 돈이니까.
사과에 이어 고개를 숙인 웨이드에게 조현정이 피식 웃어보였다.
“됐어. 이미 끝난 일이니까. 그리고.” 잠시 말을 끊은 조현정이 잔에 남은 위스키를 비우고 서류 하나를 꺼내줬다.
“네 돈 1억 달러야. 이거 받고 꺼져. 영원히.” 조현정은 더 이상 웨이드를 보고 싶지 않았다. 무슨 수를 써도 자신은 고준석 부부에게 자신이 당했던 모욕을 갚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저 지금 쥐고 있는 돈이라도 지키길 바라는 게 조현정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런 조현정의 생각을 알고 있을 턱은 없지만 고준석은 조현정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았다. 지금 그는 알리나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뉴욕의 코스모폴리탄 본사에 방문했기 때문이었다.
“얘들아, 아빠랑 엄마는 어른들하고 할 얘기가 있으니까 잠깐만 밖에 앉아있어요~. 알았지?” “네!”
고준석에게 세쌍둥이가 씩씩하게 대답하자 알리나가 살풋 미소 지으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유~, 우리 귀염둥이들. 조금만 힘들어도 여기서 책 보고 있으렴. 일 끝나고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네!” 오픈홀덤
아이들에게 책 한 권씩을 안겨준 고준석과 알리나는 손님방을 나와서 회의실로 들어와 상석에 앉았다.
“아드님들이 정말 똘망똘망하더군요, 하하.” “누굴 닮았는지는 몰라도 한국어랑 영어로 대화하는 게 문제가 없어요. 수학에 과학도 잘하고요. 그렇죠, 여보?” “당신 머리 물려받았나 봐, 하하.” 늦게 본 아이들인 터라 애정이 보통 이상이기도 했지만 벌써부터 총기를 보이는 세쌍둥이 때문에 알리나와 고준석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그런 알리나와 고준석의 쿵짝에 칭찬을 건넸던 드러켄밀러가 껄껄 웃었다.
“이거, 우리 코스모폴리탄과 TB그룹의 미래는 걱정이 없을 것 같군요. 축하드립니다, 보스.” “고맙습니다, 스탠리. 그렇지만 오늘 회의만큼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아서 손님방에 남겨뒀습니다.” “맞아요. 우리가 하는 일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기에는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부끄러운 일이니까요.” 고준석 부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들은 지금 남들의 비극을 이용해서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논의하려고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솔직히······.’
‘우리가 이렇게 돈 버는 걸 애들이 알면······.’ ‘설명해주기 난처한 건 사실이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또한 아이들의 부모이기에 고준석 부부처럼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짐짓 숙연해진 분위기에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괜한 소리해서 미안합니다. 애들이 생기니 예전 같지가 않군요.” “아닙니다, 보스. 부모가 되면 누구나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죠. 신경 쓰지 마십시오.” 드러켄밀러의 사과로 짤막한 촌극을 끝내면서 고준석이 표정을 가다듬었다.
“고맙습니다, 스탠리. 여하튼,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실사 결과가 참혹합니다. 텅텅 비어 있는 주택들이 허다합니다, 보스.” “심지어는 누군가가 죽은 흔적까지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이래서는······.” 그 뒤로도 간부들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시그널들이 가리키는 결론은 단 하나. 로투스홀짝
“조만간 망하겠군요. 미국 부동산 시장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의 주택시장 시세, 연준 금리 상승세 등을 고려하면 붕괴까지 얼마 안 남았다고 봅니다.” 드러켄밀러는 대답과 함께 한 가지 제안을 내놨다.
“허락해주신다면 그간 우리가 분산시킨 페이퍼컴퍼니들을 통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에 대한 CDS(Credit Default Swap) 계약을 진행하겠습니다, 보스.” 국가든 기업이든 특정 대상의 파산 위험 자체를 사고 파는 CDS.
그런 CDS를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에 연동시킨 것들로 사들이겠다는 드러켄밀러의 제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는 뜻과 같았다.
‘보스라면 분명히 나설 것이다.’ 그런 드러켄밀러의 예측은 배신당할 리가 없었다. 고준석 또한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좋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CDS도 계약하고 증시 공매도도 시작합시다. 대리인들 앞세워서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진행하세요. 최대한도까지.” 코스모폴리탄이 움직이면 미국 부동산 시장은 끝이다.
그렇지만 그 끝에서 고준석과 알리나가 새로운 시작을 할 것을 드러켄밀러와 간부들은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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