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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시작하실 겁니까?” “오늘부터.”
‘오늘부터라고?’
드러켄밀러는 고준석의 대답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 설마 했는데 오늘일 줄이야?
다른 간부들마저 놀란 마음을 추스르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오직 고준석만이 태연하게 지시를 내렸다.
“개장하자마자 우리가 그간 빌린 주식 전부 던져요. 남은 현금으로는 무차입 공매도와 선물옵션 폭락에 배팅합시다. 전부 다.” 고준석의 올인 선언.
그의 앞길을 가로막을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알겠습니다, 보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고준석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이들만이 이 방에 있을 뿐이었다. 세이프파워볼


20세기의 마지막 날부터 시작된 코스모폴리탄의 공매도.
뉴 밀레니엄이 시작되고 몇 달이 흘러도 그들의 공매도는 가라앉기는커녕 더 불이 붙으면서 미국 증시를 쭉쭉 끌어내리고 있었다.
[지금의 IT버블 붕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Y2K 문제가 예상과 달리 사소한 전산 오류에 그치면서 IT기업들, 그 중에서도 닷컴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결과라고 봐야겠죠?] [글쎄요? 제대로 된 매출도 내지 못한 채 돈만 잡아먹던 기업들에 대해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거라 보는 게 맞지 않을까 합니다만.] [두 분 말씀도 맞지만 언론에서 터뜨린 월드컴 발 분식회계가 결정적인 한 방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월드컴은 글로벌 크로싱을 비롯한…….] 금융, IT 분야의 전문가라는 이들이 IT버블 붕괴의 원인을 두고 설왕설래를 거듭하고 있었다. 집무실에 놓인 TV에 나오는 그 광경을 지켜보던 고준석이 피식 웃었다.


“헛다리 짚는 모습이 웃기네요, 후후.” “그러게 말이다. IT버블 터뜨린 건 너랑 제수씨 아니냐? 흐흐.” 고준석과 함께 마주하던 이병주도 웃기기는 매한가지였다. 코스모폴리탄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매도 공세를 퍼부으면서 IT버블이 무너지지 않았나?

“양키 놈들 표정이 볼만하겠어. 너랑 제수씨한테 골수까지 탈탈 털릴 거 아냐?” “골수만 털리겠습니까? 다 털어먹어야죠, 흐흐.” 고준석은 지금까지와 달리 이번 IT버블이라는 전장에서 거리낌 없이 전리품을 약탈할 생각이었다. 파워볼실시간
‘내가 안 먹으면 다른 놈들이 먹을 돈이다.’ 돈으로 돈을 버는 금융시장의 생리를 생각하면 월가에서 공매도로 번 돈을 제조업에 투자할 미친놈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럴 바에야 내가 먹는 게 나아.’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지만 돈보다도 권력과 명예를 원하는 고준석에게 IT버블을 무너뜨리고 먹어치울 돈은 권력과 명예를 손에 넣기 위한 밑천이다.
그 돈으로 공장을 세우고 유전과 가스전, 광산을 개발해서 만들 일자리가 그의 권력과 명예를 결정하지 않겠나?
그렇다고 마냥 허세를 위한 돈지랄도 아니고 막대한 수익을 보장받을 투자이니 고준석은 이번 버블로 벌어들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할 작정이었다.
“이번 공매도를 마치고 나면…….” 골프장 회동을 추진하겠다고 고준석이 밝히기도 전에 고준석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흥 깨지게…….’ 자신의 원대한 청사진을 펼치려는 걸 멈춘 벨소리 때문에 고준석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펼쳤다.
“고준석입니다. 누구…….” [윌리요, 준.]
클린턴의 딱딱한 목소리를 듣고 고준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왜 불쾌한 감정을 실어 전화를 걸었는지 빤하지 않은가?
‘누구길래 그래?’ ‘미국 대통령입니다. 이따 다시 얘기하죠.’ 고준석은 입모양으로 대화를 주고받다가 눈이 커진 이병주를 내보낸 뒤, 제대로 전화를 받았다.

“IT버블 공매도 때문이시겠죠?” [그렇소, 준. 공매도를 멈춰달라고 알리나에게 부탁했는데도 요지부동이라 연락한 거요.]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나보군.’ 누군가에게든 이번 공매도를 들키지 않으려고 수십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서 추진해왔지만 미국 대통령의 눈까지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었다. 쓴웃음을 짓는 고준석에게 클린턴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부탁합니다, 준. 코스모폴리탄의 공매도를 멈춰주시오. 당신도 코스모폴리탄의 주요 투자자잖소? 알리나의 남편이기도 하고.] 비즈니스든 인간관계든 코스모폴리탄과 알리나를 움직일 수 있는 건 고준석뿐 이다. 그렇지만 고준석은 클린턴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실시간파워볼
“죄송하지만 저도 제 와이프가 결정한 바를 물리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겁니다, 윌리.” [내가 환율전쟁 때 도와준 걸 잊었소?] 클린턴이 예전에 진 빚을 들추며 설득을 이어가도 고준석은 뜻을 꺾지 않아도 될 이유가 없었다.
“환율전쟁이 끝난 뒤에는 윌리 당신의 부탁을 내가 들어줬으니 기브 앤 테이크는 정산된 듯합니다.” [정말 끝까지 가보자는 거요?] 이제는 클린턴도 인내심이 바닥났는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고준석은 오히려 여유를 보였다.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려면 이번 버블붕괴는 끝까지 가야합니다.” ‘이걸 거부할 수 있을까, 윌리?’ 연말이면 대선이 코앞인데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 제조업 투자를 거부할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입꼬리를 쓱 올리는 고준석이었다.


여유를 보이는 고준석과 달리 지구 반대편의 백악관에서 수화기를 붙들고 있는 빌 클린턴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IT버블 붕괴와 미국의 제조업 부흥이 무슨 상관이라고?


“다시 한 번 말해보시오, 준.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려면 IT버블을 끝까지 무너뜨려야 한다니 대체 무슨 소리요?” [저희 내외는 이번 버블 붕괴 과정에서 벌어들일 돈으로 미국의 제조업을 일으킬 겁니다. 일단, 저희 TB그룹에서 미국에 자동차부터 반도체, 중장비 공장을…….] 세우고 그 공장들의 지분 49퍼센트를 코스모폴리탄이 투자 형식으로 인수할 거라는 고준석의 계획을 듣고서야 클린턴의 눈이 반짝거렸다. 파워볼사이트
“진심입니까, 준?” [물론입니다, 윌리. 여기에 더해서 지난 환율전쟁 때 나와 함께 싸웠던 동지들도 끌어들여보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곳들을 짚어주면 최대한 반영해보죠.] “허어…….”
고준석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월가에 맞섰던 한국의 재벌들은 절대로 만만히 볼 상대들이 아니다. 그들이 공장을 지어서 일자리를 쏟아내 준다면 민주당의 텃밭을 굳히거나 저 망할 공화당에게서 표밭을 뺏어올 수도 있기에 클린턴은 얼른 얼빠진 탄성을 멈추고 대답했다.
“알겠소, 준.”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높이는 일을 마다할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다. 그건 앞으로 미국 정계에서 뛸 일이 없는 클린턴 또한 마찬가지였다.


클린턴과의 통화를 기분 좋게 마친 고준석.
그는 집으로 돌아와서 알리나와 함께 아이들에게 분유를 먹이고 곤히 재운 뒤에야 두 사람만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윌리가 애 좀 탔나보네요, 후훗.” “그러겠지. 연말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미국 증시가 박살났으니 오죽하겠어? 후후.” 젓가락질을 멈추고 대답하던 고준석이 더 진한 미소를 얼굴에 드러냈다.

“어차피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고 했는데 생색까지 내게 됐으니 잘됐지, 뭐.” “거기에 더해서 선거자금 5억 달러까지 쏴주면 게임 셋일 거예요. 그렇죠?” “민주당 모르게 공화당에도 5억 달러 보내면 적어도 손해 보는 일은 없겠지. 클린턴에겐 미안하지만.” 이번 해를 끝으로 클린턴은 정치판이라는 경마장에서 은퇴해야 한다. 그렇지만 고준석은 여전히 경마장에 남아있어야 하니 새 말을 구해야 했다.
그렇게 고준석은 알리나와 대화를 하며 클린턴에 대한 인간적인 미안함을 떨쳐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파워볼게임
“이번 공매도 끝내면 1천억 달러나 남는다고?” “네. 코스모폴리탄 명의로 진행한 건 조만간 정리하겠지만 우리가 앞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들로 진행할 걸 합하면 최소 1천억 달러예요. 앞으로 공매도를 진행할수록 수익은 더 불어날 거고요. 어때요?” 경쟁자들의 이목을 속이면서 벌게 될 돈 때문일지, 그간의 기록을 뛰어넘게 돼서일지는 몰라도 알리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펴있었다. 그런 알리나를 바라보며 고준석이 빙긋 미소 지었다.
“역시 당신은 사업 얘기할 때 가장 활기가 도는 것 같아, 하하.” “당연하죠. 우리가 벌 돈만큼 우리의 도전이 성공했다는 뜻이잖아요?” 심드렁하게 되물었지만 알리나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된 그들에게 돈을 버는 건 그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 아닌가?
“그건 그렇지. 그래도 최소 1천억 달러라…….” 1천억 달러면 현재 환율로 계산해도 대한민국 정부 예산과 맞먹는 돈이다. 그런 돈조차도 이번 IT버블 배팅으로 벌 돈의 최소치라는 사실에 고준석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평생 놀고먹어도 다 못 쓰다 죽겠어. 안 그래?” “정말요? 나랑 평생 놀고먹으면서 살 자신 있어요?” 알리나의 장난스런 질문에 고준석이 손사래를 쳤다.
“농담이야, 농담. 나나 당신이나 손에서 일 떼면 우울증 걸릴걸?” “맞아요. 우린 일에서 기운을 얻는 사람들이니까요.” 워커홀릭 아니랄까봐 일에 대한 사랑을 여실하게 드러내는 알리나와 고준석이었다.


화기애애한 고준석, 알리나 부부와 달리 뉴욕에 있는 조현정은 조지 소로스가 풍기는 침울함에 짓눌린 채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엔트리파워볼
아침부터 위스키를 병나발로 들이켜던 조지 소로스가 술에 찌든 흐릿한 목소리를 흘렸다.
그 모든 건 닷컴기업을 비롯한 IT기업들에게 거의 모든 자금을 배팅한 결과였다. IT버블 붕괴로 퀀텀펀드 전체 운용자금의 절반 이상을 허공에 날려버렸으니 제정신일 리가?
초췌해진 몰골의 소로스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며 조현정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힘내세요, 조지. 헤지펀드의 대부께서 이렇게 축 처지면 어떡해요?” “헤지펀드의 대부라…….” 조지 소로스가 말끝을 흐릴수록 그의 얼굴에는 자조적인 미소가 짙어지고 있었다.
“다 부질없는 소리야, 헬레네. 지금도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놈들이 수도 없이 많은데 그깟 이름값이 무슨 소용이겠어.” IT버블로 돈을 까먹은 뒤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도 퀀텀펀드는 돈을 맡겼던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돈을 돌려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이대로 계속 가면 망하는 것 밖에 안 남겠지, 흐흐.” 조지 소로스는 실성한 사람처럼 헛웃음을 실실 흘리며 책상 위에 놓인 위스키 병을 잡고 또다시 병나발을 불었다.
“드르렁-, 푸우-. 드르렁-, 푸우-.” 입가로 흐르거나 말거나 위스키를 들이켜던 끝에 조지 소로스가 책상에 엎어져서 곯아떨어졌고, 조현정은 차가운 눈초리로 쏘아보며 비웃었다.

“병신새끼.”
그 싸늘하고 건방진 뇌까림과 함께 조현정은 조지 소로스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를 두들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모니터에 뜬 복잡한 표에 적힌 숫자들을 보고 조현정이 싱긋 웃었다.
“나쁘지 않네, 후훗.” 조현정을 즐겁게 만든 모니터 상의 자료들은 그녀가 이번 IT버블 때 배팅한 공매도 수익 현황이었다. 이 모든 건 조현정이 코스모폴리탄의 명의로 진행된 공매도 현황을 자신의 내연남들에게서 듣고 배팅한 결과였다. EOS파워볼
‘총액이 200억 달러……. 이 정도면 괜찮겠어.’ IT버블이 붕괴된 이상 얼마나 더 증시가 폭락할지는 아무도 가늠할 수 없지만 조현정이 여기서 스톱을 결정한 건 고준석과 알리나 때문이었다.
‘그 망할 연놈들도 이번 폭락장에는 크게 배팅하지 않았으니 여기서 멈추는 게 좋겠지.’ 조현정이 아는 고준석과 알리나는 폭락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는 악마적인 재능의 겜블러들이다.
그런 두 연놈들이 딱 손실만 면할 만큼 공매도 수익을 챙기고 정리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조현정 또한 이번 공매도를 여기서 마무리짓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이제 시작이야, 고준석.” 더 이상 조현정은 노인네 냄새를 풍기는 조지 소로스 따위에게 기댈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힘으로 고준석에게 복수할 기반을 마련했기에 조현정은 모니터에 뜬 창들을 전부 끄고 사직서 양식을 띄웠다.


조현정이 자신의 정보를 얻어 IT버블 공매도를 친 것도 모르고 고준석은 조진형과 용인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마친 뒤, 클럽하우스에서 상그리아를 들이켜고 있었다.
“오늘 라운딩, 즐거웠네. 고 회장.” “아닙니다, 고문 로투스바카라님. 덕분에 한 수 배웠습니다, 하하.” 환율전쟁을 계기로 고준석과 조진형은 장인과 사위였을 때보다 더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이런 말하기 민망하지만 이제 보니 내 딸과 이혼하고 새 출발한 건 정말 잘한 결정 같네.” 자신의 딸을 깎아내린 조진형에게 고준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도 현정이는 고문님 딸입니다. 저 때문에 그럴 필요는…….” “자네 때문이 아닐세, 이 사람아. IT버블인지 뭔지 돈놀이 하느라 지 애비한테 안부를 묻는 게 아니라 지 애비한테 안부 연락을 받는 게 무슨 딸이라고…….” ‘IT버블 돈놀이?’ 눈살을 찌푸린 조진형의 푸념에 고준석의 눈이 번쩍 뜨였다. 조현정이 IT버블 속에서 돈놀이를 하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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