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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자네는 내 외손녀 고혜지를 어떻게 보나?” 자신의 가족에 대한 평가를 묻고 있다.
재벌가 회장이 외부인인 나한테 말이다.
“배우나 연예인으로서의 역량을 물으시는 건 아니시겠죠.” 느낄 수 있다.
저 질문은 인간, 한 인간으로서의 고혜지에 대한 질문이다.
추상적이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직접적인 질문.
회장의 날카로운 눈빛이 내게 꽂혀 있다. 저 앞에서 돌려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
“휴우…….” 곤란하게 말이야.
내가 아무리 신임을 얻었다지만, 가족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하면 어떻게 반응할지는 모르겠단 말이지.
열린 마음으로 시작해서 닫힌 마음으로 끝나는 문답이 얼마나 많아.
그게 모두 듣기 싫은 대답을 들었기 때문인데. 파워볼게임
내가 고혜지에 대해서 듣기 좋은 대답을 할 수 있을 리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적당히 암시만 주고 빠지는 게 현명하다.
그래서.
“…외손녀 고혜지 양은 세상에 해악을 끼칠 존재입니다.” “뭣이?!” 회장의 깜짝 놀란 목소리가 너무 커서 나도 놀랐다. 저 할아버지도 저렇게 놀랄 수가 있군?
옆에서 서청원 실장이 다급히 끼어들었다.
“구 대표님, 표현이 너무 거친 것 아닙니까!” 으음.
굉장히 잘 정제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아니면 말씀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솔직히 이야기했습니다. 고혜지 양은 그런 존재입니다.” 현명한 대답 같은 건 집어치우자고. 그렇게 빙빙 돌리면 저 회장이 놔주기나 하겠어?
내게 물어본다는 자체가 회장 역시 고혜지에 대해서 여러 의문이 들고 있다는 암시.
차라리 잘됐다.
고혜지가 가진 힘, 즉 뒷배경에 타격을 가할 기회가 지금 이 자리다!
그 핵심 열쇠, 회장을 마주 본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해악…, 이라고까지?” “네, 해악입니다. 지금까지 그녀를 겪어 보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어째서?” 물어봐 주니 다행.
“좀 길게 설명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들어 보지.” 회장은 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침묵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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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분으로 그 안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해야 할 말이 있다. 멈출 수는 없다.
자, 시작이다. 엔트리파워볼
“저는 십 대 후반부터 연예계에서 일을 했습니다.” 일을 했다. 즉, 고생을 했다. 연예계는 정말 험했고, 온갖 꼴을 다 보고 겪었다.
“처음에는 스타로서의 끼, 재능, 노력 등에 눈이 갔었습니다. 저 자신에게 그런 것들이 필요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공을 바라며 들어온 연예계.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돌을 접으면서, 엔터 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스타성과는 전혀 무관한 요소가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무언가?” 그 요소 덕분에 엄청나게 고생을 했지.
장재열은 그 요소가 모자라서 그룹 라이언을 박살 냈고, 회귀 전의 스타들도 나인 엔터를 무너뜨려 갔다.
그건 바로.
“인성이었습니다.” “인성?” “네, 인성. 스타성이 있다고 끝이 아니었습니다. 1~2년의 활동이 아니니까요. 오래 활동을 하다 보면 문득 어느 순간, 인성이 드러나는 때가 오더군요.” 그리고 그때가 오면.
“드러난 인성에 따라서 누구는 찬사를 받으며 더 올라가고, 누구는 끝 간 데 없이 추락했습니다.” 특히, 추락은 언제나 대단했다. 폭은 깊고, 속도는 빨랐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까지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내가 안다.
회귀 전에는 그 추락을 뒤치다꺼리하느라 죽을 맛이었으니.
“…혜지의 인성이 그 정도라는 건가?” “아닙니다.” “아니라고?” 단순히 인성이 나쁘다고 말할 수준이었으면 이렇게 긴 서두도 필요 없다.
“더 안 좋습니다.” “더?” 나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저는 인성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으음.” 회장은 그저 사람을 잘 본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지만.
“스타성만이 아니라 인성을 보게 된 것이죠.” 진짜로 보고 있다.
사후를 걸고 얻은 능력이다.
“이 눈으로 본 세상은 이전과 정말 많이 다르더군요.” 능력을 닳도록 썼더니 지금은 상태창 없이도 감이 올 지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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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아예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자기가 직접적으로 주변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었습니다.” 천영배 감독처럼 현장을 휘어잡고 무리한 일을 벌이는, 아이돌 미라클처럼 같은 멤버를 괴롭히는, 차서진처럼 자기 이익을 위해 뒤통수를 치는, 그런 사람들.
그런데 그들만이 아니었다. EOS파워볼
“지내 보니 또 다른 유형이 있더군요. 방금 말한 사람들의 인성이 나쁘다면, 또 다른 유형은 사악했습니다.” “사악이라. 어떠한 사람들이었나.” “자신과 얽힌 사람들의 인성을 타락시키는 인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더라고.
안수현이나 조선호가 그랬다.
안수현은 마음이 약해진 사람들을 꼭두각시로 삼았다. 뚜렷한 ‘상태 이상’이 나타났다. 그에게 걸려든 자들의 선명도는 아래로 내려갔다.
실은 조선호도 마찬가지. 그는 여자들에게 통하는 능력으로 한진건을 모함하게 만들었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었을까? 그의 말을 들었던 사람들 역시 선명도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주변에 악영향을 주는 거죠. 사람들은 이자들 때문에 자신의 인성에 대한 선택권을 빼앗깁니다. 제가 지켜본 바로는, 그렇게 안 좋은 길로 들어서면 다시 제자리로 오는 데 엄청난 힘이 들더군요.” 안수현이나 조선호 같은 놈들이 망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들은 지금 자신을 되찾았을까.
“자네 말은…. 혜지가 그런 사람이란 말인가?” “이번에도 아닙니다.” “또 아니라고?” 아니다.
고혜지는 또 좀 다르다.
“고혜지 양은….” “…….” 드디어 그녀에 대한 이야기에 도달했다.
“방금 말한 종류의 인간들에게 뒤에서 힘을 불어넣어 주는 유형입니다.” 예를 들어, 조선호가 일을 벌이는 데 자신의 힘을 동원해 주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더 큰 힘이 있어서 막았다.
“그림자에 숨어 있지요. 그러다가 악한 의도를 가진 인간을 만나면 그들을 부립니다. 결코 직접 움직이지는 않지만, 누가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고혜지 양이 되는 겁니다.” 조선호 건을 막은 더 큰 힘, 바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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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 말을 알아듣고 있었다.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다.
그렇다. 떨린다.
놀라거나 화내는 건 아니다.
그저 깨달은 어떤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어떨까.

자신의 혈육이 그런 존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기분은.
한 그룹의 총수가 아니라 여느 할아버지로서 그 마음이 어떠할지.
그러나.
정말 미안한 일이다.
내게는 아직 한마디가 더 남아 있다. 로투스바카라
그리고 아까 나는 모든 이야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회장님도 아니겠지만.” “…….” “이제 혜지 양의 마수가 가족에게까지 미치는 것 같군요.”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서 실장이 눈에 띄게 몸을 움찔거린다.
뭔가를 하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모양이다.
나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회장님. 별이에 대한 이야기, 직계 가족들은 아는 거지요?” “…….” “김청화 부문장이 안다면 혜지 양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까?” 알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알고도 이번에 조선호를 지원했다면.
“자신의 사촌에게 해를 입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겁니다.” 왜 회장이 내게 질문을 던졌을까.
나는 고혜지의 사장도 아닌데.
고혜지를 업계에서 접하고 겪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 말도 맞다.


하지만 회장은 고혜지의 나에 대한 집착을 잘 모른다. 굳이 나일 필요는 없다.
고혜지를 아는 동시에 이번 사건에 연결된 별이의 사장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시도가 또다시 그림자 속에서 벌어진다면 별이에게 영향이 갈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내가 최선을 다해 막겠지만 말이야.
고혜지는 회장의 눈이 자신에게 미치지 않는 줄 알고 조선호를 지원했다.
자기가 아직 그림자에 숨어 있는 줄 알고.
하지만 아니었다.
회장은 별이의 존재 때문에 경영 밖에 있는 가족들도 더 살피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고혜지는 다른 의미로 운이 나빴다.
그녀의 모든 행동을 총수가 알게 되었으니.
“조치를 취하셔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그래, 이게 나의 마지막 결론이다.

* * 한동안.
총수실의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모든 말을 했기 때문에 침묵했다.
회장은 내 말을 들었기 때문에 침묵했다.
하지만 조용한 침묵은 아니었다.
그 안에서는 각자의 생각과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아, 영화 ‘소용돌이는 조용하다’가 혹시 이런 내용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윽, 영화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질문을 받았다.
잠시 목을 가다듬고 대답을 시작했다.오픈홀덤
저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준비돼 있거든.
“혜지 양이 이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부모 덕분입니다. 부모의 영향력에도 제한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외손녀만이 아니라 딸과 사위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셈.
회장의 방금 질문에서 진정으로 조언을 구하는 마음을 느끼지 못했다면.
아무리 준비된 대답이라도 여기까지는 못 갔지, 싶다.
그는 이제 터놓고 묻고 있었다.


“청화도 알고 있었다고 보나?” “이번 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김청화 부문장의 방식 자체가 혜지 양에게 영향이 있었다고 봅니다.” 나는 폰을 들고 파일들을 뒤졌다.
“지난번에 나인 엔터의 남자 배우들을 노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무명 배우였다가 매니저가 된 이선태가 수면제 든 술을 먹이는 실행책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잡혔다. 눈물을 흘리며 반성했었는데.

GO 엔터에서 접근을 해 왔습니다. 눈 딱 감고 한 번만 술을 먹이면, 영화나 드라마에 기회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영화 출연은 확실하다고요.
내 폰에서 이선태의 녹취가 흘러나왔다. “이것은?” “그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누가 알고 있나?” “저, 그리고 저랑 친한 기자 한 명입니다. 그는 제가 기사화하지 말라고 하면 그 말을 들을 겁니다.” 이재홍 기자한테는 얼마든지 다른 특종을 안겨 줄 수 있으니 괜찮다.
“끄응. 일을 멍청하게….” 회장은 머리를 짚었다. 이렇게 대놓고 걸린 걸 보니 기가 찬 모양.
뭐…. 기사로 터뜨리면 GO 엔터의 김근호 부사장이 다 떠안고 끝나겠지만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GO 엔터 뒤에는 GO 사모펀드가 있습니다. 그 사모펀드는 아마….” “알고 있네.” “네. 결국 모녀가 같은 방식으로 일한다는 말입니다.” 회장의 눈이 총수실 밖 하늘을 향한다. 세이프게임
쯧쯧쯧쯧.
혀 차는 소리가 몇 번 울리고.
흘긋, 나를 보았다.
“자네는…. 정말 생각 이상이군.” 뭐지? 좋은 뜻인 것 같기는 한데?
“그것도 상당히 말이야. 자네가 별이 사장이라 다행일세.” 음, 확실히 좋은 뜻인 듯.
회장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예 하늘을 마주하도록 의자를 돌렸다.
그리고.
의자 너머로 그의 마지막 말이 들려왔다.
“자네 조언, 받아들이겠네. 조치를 취해야지. 이만 가 보게.” 이 모든 이야기를 꺼낸 목적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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