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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을 수행하기로 결정했으니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언제 어디서.
분기점이 발생하는 걸까.
소지원이나 주변 인물들을 감시해야 하나 생각했지만.
“아니야…….” 소지원에게 일이 생겼을 때 곧장 나타날 수가 없다.
또한 악영향을 미친 인물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 상태에 주변 인물들을 감시하려면 대상이 너무 넓어진다.
그러니 이번에는 사용해야겠다.
남들한테 없는 나만의 방법.
“상태창?” 〚네.〛 “내가 지금 어떤 아이템들을 가지고 있지?” 지금까지 미션을 진행하면서 얻어 온 보상들.
아껴 둔 것도 있고, 써야 할 타이밍을 못 잡아서 가지고 있는 것도 있었다.
〚총 1개의 아이템이 있습니다.〛 “보여 줘.” 〚비단주머니(1회 한정)(확률형) : 원하는 상황에서 사용 시 확률에 따라 10종류 계책 중 하나가 나옵니다.〛 〚상상, 상중, 상하, 중상, 중중, 중하, 하상, 하중, 하하의 9가지 등급이 각 11%의 확률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1% 확률로 특상이 존재합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지혜 주머니 같은 아이템이다. 1%의 특상에 낚여서 선택해 버리고 말았다. 상당히 예전에 획득했지만, 오늘까지 남아 있다. 파워볼게임
하지만 언제 어디서를 알아내는 데 ‘계책’이 소용이 있나?
“혹시 내가 지금 원하는 것에 대한 답을 줄 수도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어? 된다고?” 별 기대 없이 던진 질문이었는데?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을 때 열어 보던 비단 주머니가 모델이라 가능합니다.〛 설명을 들어 보니 정말 삼국지가 모델일지도?
“그렇다면 결정했어.” 〚사용하시겠습니까?〛 “응.” 책상 위에 황색의 비단 주머니가 하나 나타났다.
집어 들어 살펴보니 한쪽에는 질문이라는 뜻의 한자인 問(문)이, 다른 쪽에는 대답을 뜻하는 答(답)이 수놓아져 있었다.
“내가 원하는 건 소지원이 분기점을 겪는 게 언제 어디서인지 아는 거야. 이 질문에 대답을 얻으려면 어느 등급이 나와야 할까?” 〚상 등급 이상입니다.〛 그렇다면 상상, 상중, 상하를 합쳐서 33%, 그리고 특상의 1%를 또 더해서 총 34%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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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겁나는데.
회귀 전의 나를 생각해 보면, 한 인간으로서의 나에게 그다지 행운이 따르지는 않았었다.
34%에 걸어도 되는 건가? 실시간파워볼
〚두구 두구 두구〛 “이상한 효과음 넣지 마!” 상태창은 예능에서 뽑기 게임 할 때 쓰는 효과음을 틀고 있었다.
으으,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망설이다가 지금까지 못 써 온 거잖아.
“간다!” 나는 황색 주머니 안으로 힘차게 손을 밀어 넣었다.

* * 주하율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대본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은미성 작가와는 평소에도 친하고 작품에 있어서도 잘 맞는다. 자신이 인물만 잘 살려 내면 된다.
<사극 속 옹주에 빙의했다>는 평범한 여대생이 왕실 방계의 딸인 옹주로 빙의하여 우연히 왕실을 둘러싼 음모를 알게 되면서 야인 검객, 성균관 유생, 반란 세력의 자제, 그리고 의문의 조력자와 엮이게 되는 내용이었다.
원래는 새드 엔딩인 작품을 해피 엔딩으로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여주인공의 활약상이 돋보일 예정.
여주 입장에서는 복이 터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각 인물과의 감정선을 어느 정도 잡아 둘 필요가 있었다.
물론 혼자 생각해 둔다고 끝나는 건 아니고 나중에 남자배우들과 맞춰 볼 필요도 있다.
“휴우, 잠시 쉬어야지.” 한참 동안 대본을 들여다보던 눈을 들어 창밖을 바라봤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
한여름의 사극은 복장이나 상황에 따라서 제법 고되다. 은미성 작가가 대본을 빨리 뽑아내니 쪽대본 상황은 안 오더라도 체력을 길러 둘 필요가 있다.
“회사에 들어갈까?” 회사 내 설치한 피트니스 센터는 시설도 좋고 무료였다.
대본에서 고개를 들고는 곧장 체력 걱정.
승부욕의 화신인 주하율은 원래도 작품에 최선을 다하지만, 대결 구도인 이번 작품에는 더 신경을 쓰고 있는데.
신경 쓰이는 점이 하나 더 있다.
“지원이네는 이제 촬영 시작일 텐데.” 소지원. 경쟁작에 들어가 있는 친구가 신경이 쓰였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결국 천영배 감독의 작품에 들어갔다.
괜찮을 리가 없는데.
마음 같아서는 한번 가 보고 싶지만. 파워볼실시간
“경쟁 작품 촬영하는 데 가면 상도의에 어긋나니까.” 아쉬운 마음.
우리 작품도 사극이고, 대외적으로는 STVN 작품이라 세트장은 인접한 곳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촬영이 시작되면 슬쩍 가 볼 수 있으려나.

지이이잉.
“어? 대표님?” 구은우 대표의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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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율 씨? 바쁘죠?
“예? 뭐…. 작품 준비하고 있었어요.” – 그래요? 그럼 안 되려나…….
구은우 대표가 생각하는 게 있는 모양.
“뭔데요, 말해 보세요.” – 어디 좀 같이 갔으면 해서요.
알쏭달쏭한 말. 행선지는 말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순간 주하율은 사건의 냄새를 맡았다.
구 대표가 이렇게 갑작스런 제안을 꺼낼 때면 반드시 그 뒤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가요! 저도 갈 거예요!” 폰 너머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잘 됐어요. 아무래도 하율 씨가 있어 줘야 할 것 같아요. 참, 재범 씨도요.

* * 달맞이꽃의 첫 촬영일.
천영배 감독은 첫날부터 스퍼트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태양의 기운을 받은 왕세자와 달의 기운을 받은 선녀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로, 낮과 밤이 바뀌는 동틀 녘과 석양의 두 시간대에 로맨스를 나눈다는 내용.
두 주인공, 특히 여주인공에게 힘이 실려 있었다.
소지원의 배역은 왕세자의 조력자.
오늘 촬영은 소달구지에 죽은 척 누워서 몰래 성 밖으로 나가는 장면 딱 하나였다.
씬을 위해 차 안에 앉아서 대기 중.
그런데. “엄마, 대기 시간이 되게 기네? 앞 씬 촬영이 오래 걸리나?” 소지원의 차례가 다가올 기미가 없었다.
물론 현장에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건 다반사이기는 하지만.
“모르겠다. 한번 물어보고 올까?” “음…….” 천 감독이 일부러 이러는 걸 수도 있었다.
자신이 감독의 말을 듣지 않고 경쟁작의 친구들을 만나 버렸으니까.
만약 그렇다면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었다.
“아니야, 일단 있어 보자.” 프로니까.
다시 대본이나 봐야지. 세이프파워볼 로도 위축되는 느낌.
하지만 그걸 티 낼 수는 없다.
긴장해서 실수라도 하면 어김없이 호령이 날아들 것이다.
그녀는 대본으로, 대본으로, 의식을 밀어 넣었다.
이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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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준비해 주세요.” 조연출의 말이 그녀를 다시 현실로 데려왔다.
“엄마는 여기 있어.” 차에서 내린 소지원은 천천히 걸어 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분장은 마친 상태. 조금만 다시 손을 보고 카메라 앞으로 나갔다.
“자아, 지원이는 무슨 씬인지 알지?” 천 감독이 그녀를 흘긋 바라봤다.
성문 아래.
소달구지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짚으로 만든 거적 아래 시체인 척 누워만 있으면 된다.
“한 가지 추가된 사항이 있어.” 천 감독의 말에 조연출이 거적을 들춰 보였다.
“이건?” “시체를 그냥 싣는 것보다 관을 쓰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관이요?” – 끼이익.
귓가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천 감독은 자신의 지시에 소지원이 짓는 표정을 보았다.
소지원이 무슨 일을 겪었었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가 천 감독 자신이었다. 그 장면을 재현한다.
기억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그런 경험은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나면 자신의 처지를 다시금 깨달을 것이다.
“이 씬으로 낭비할 시간은 없으니 빨리 가도록 하지. 지원이는 얼른 준비해.” “네? 저, 저는….” “음? 뭐가 문제지?” “이런 좁은 곳은….” 지난 미팅에서는 나도 제대로 말했었는데.
소지원은 살짝 빨라지는 호흡을 느꼈다.
촬영 현장의 시선이 자신에게 몰린다.
천 감독의 수족인 스태프들.
그리고 자기 씬이 아닌데도 저편에 서서 바라보고 있는 고혜지.
천 감독 본인.
그 시선이 재촉하고 있었다.
빨리 해. 프로잖아. 또 시간을 끌 거야? 그럼 이번에는 관을 가지고 연습을 해야겠네?
웅- 웅- 머릿속이 울리고.
주하율 일행을 만나면서 얻었던 에너지도 이 현장에서는….
“자, 얼른 들어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옆에 다가온 천 감독이 관 안으로 그녀를 직접 밀어 넣었다.
우격다짐이건만.
이 상황을 좋지 않게 여기는 스태프들조차 아무 말을 못 하고 있었다.
굳어 버린 몸. 파워볼사이트
덩치 큰 감독의 힘에 순식간에 관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천 감독이 관 안에 누운 소지원에게 작게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라. 지금은 여기 모두 보고 있으니까.” 알고 있다.
저 사람은 그때 일을 알면서도 나한테 이런 장면을 시키는 거야.
“그리고 어차피 관의 문은 올려만 두는 거니까.” – 끼이익.

덜컹.
가쁘게 밀려오는 숨.
슬쩍 문을 밀어 보니 열리기는 했다.
빛이 들어온다.
숨이 쉬어진다.
“자, 열려 있지?” 천영배는 약간 풀어지는 소지원의 얼굴을 보며 관의 문을 제자리로 바로잡았다.
그래, 촬영만 한다면 이걸로 충분하지.
하지만 그게 아니란 말이다.
찡긋. 심복인 조연출에게 눈짓을 하자, 그가 조용한 손길로 관을 노끈으로 묶기 시작했다.

단단하게.
입 모양으로 지시하자 조연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었다.
지난 미팅에서 고혜지의 지시에 따라 떠올린 아이디어.
관뚜껑을 올려 두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묶어 둘 것이다. 그리고 소달구지는 촬영장 한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나의 말을 어긴 벌이 될 만큼, 고혜지가 말한 굴복을 이끌어 낼 만큼,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열어 줄 생각이었다.
위험할 수는 있으나.
견뎌야지. 세이프파워볼
프로인데.
일이 조금 잘못되어도 고혜지는 부모에게 말해 막아 준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거리낄 것이 없다.
이게 원래 나의 스타일이다.
“자, 다들 준비하고.” 씬 자체는 간단했다.
성문에 선 수비병이 달구지에 올려진 관을 열어 보고 시체를 확인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비병 역할의 엑스트라들은 직전에 다른 대사를 전달받았다.
“꽁꽁 묶였구만.” “귀찮은데 보내지? 시체까지 다 확인을 해야겠어?” 즉, 소지원이 들어갈 필요조차 없었다.
당연히 이 대사는 관 안에 누운 소지원에게도 들렸다.
‘묶여 있다고? 뭐가?’ 위로 힘을 줘 보는데.
단단했다.
관뚜껑은 조금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컷. 달구지 움직이는 것 좀 찍지. 그리고 성문 다음 씬 준비하고.
바깥에서는 천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컷이면 이걸 열어 줘야지? 움직이는 걸 찍어? 굳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이 캄캄한 안에서는 파악할 수 없었다.
“저기요?” 그녀가 목소리를 냈지만.
“저기요? 저기요!”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쿵쿵.
문을 두드려 본다.
싫다.
다시 이런 어둠이.
왜?
난 지금까지 프로답게 잘 웃어 왔는데.
어째서?
머릿속으로 의문들이 범벅이 되면서 떠오른다.
여기가 지금 트렁크인지 관인지.
오직 귀에서 들리는 소리는.

철컥.
잠기는 소리만이.

* * “뭐야, 갑자기? 누가 앵글 안으로 들어와?” “저거 누구야?” 천 감독의 지시대로 성문 밖으로 나가는 달구지를 촬영하는 카메라들.
그런데 갑자기 앵글 안으로 말쑥한 정장 차림의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작업용으로 쓰는 큼직한 가위를 하나 들고.
“저, 저….” 그는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관을 묶고 있는 노끈을 잘라 버렸다.
우당탕, 관의 뚜껑까지 힘차게 옆으로 날렸다.
“나와요.” 낮은 목소리와 함께 팔을 뻗어 소지원을 일으켰다.
“지원아!” “소지원!” 그의 옆으로 주하율과 민재범이 나타났다.
소지원은 구은우를, 주하율을, 민재범을 바라보았다.
빛이, 갑자기 들어왔다. 예전과 같은 어둠이 자신을 덮치는 줄 알았는데. 그때처럼 내 편 없이 어둠 속에 남는 줄 알았는데.
나도, 환한 웃음을…. 세이프게임
“웃을 필요 없습니다.” 구 대표가 그녀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다른 눈이다.’ 그때와 오늘의 현장에서 봐 온 눈과는 다른 눈.
재촉도 질타도 담기지 않은 눈.
몹시도 따뜻한 눈이었다.
“지원 씨는 착한 사람이니까, 착하게 살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은 안 되지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 이야기를 건네 왔다.
“알겠죠?” 확인까지 하면서.
그리고 구 대표는 감독을 찾아 눈을 돌리며, 소지원의 어깨에 굳게 손을 얹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이제부터 화를 좀 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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