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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
기분 좋을 만큼 차가운 공기.
그 속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방송국 로비로 돌아오니.
‘사라졌어.’ 내가 일부러 흘린 출입증도, 그 앞에 앉아 있던 남자도 보이지 않는다.
서소영의 남친은 안으로 들어간 게 확실하다.
기대되는군.

띵.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베리걸즈 대기실로 복귀하니.
안에서는 카메라 리허설을 마치고 다들 최종적으로 스타일링을 점검 중.
“안무 세게 하면 여기가 흘러내려요.” “기다려요. 잠깐 고정해 줄게요.” “저 지금 땀났는데 메이크업 괜찮나요?” “고개 돌려 봐요. 수정하게.” 리허설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카메라 리허설은 본 무대와 같은 의상으로 진행. 이때 스타일링에서 신경 쓰이는 것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다행히 오늘은 별문제 없는 듯한데.
“저, 아나키스트 팀에서 왔는데요.” 내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나키스트 팀?
안으로 한 발짝 더 들어와서 몸을 돌리니, 거기에는 서소영이 서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뚱한 표정으로.
뭐지?
그녀는 내키지 않는 듯이 말을 전했다. 파워볼사이트
“베리걸즈 분들, 아나키스트한테 인사할 거면 지금 오시래요.”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러니까 저 말은…….
“우리를 부른 거예요? 인사하러 오라고?” 은아의 금발 머리가 불쑥 앞으로 향했다.
“저는 말만 전하는 거지만…. 뭐, 그런 것 같아요.” 서소영의 얼굴이 뚱했던 건 본인도 그다지 내키지 않는 일을 하러 왔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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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이….” 은아가 살짝 내 눈치를 보더니.
“…선배들이!” 내뱉으려던 말을 얼른 순화했다.
하지만 말투에 충분히 짜증이 담겼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인사받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전해 주세요.” 예리가 메이크업 수정을 하던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로 이야기했다.
담담히 한 말이었지만 단단히 화가 난 것이 느껴졌다.
이 두 사람이 지난번 제나와 트러블이 있었던 멤버들이니까.
“우리 애들 말 들었죠? 가서 그대로 전해 줘요.” 나 역시 당연히 우리 멤버들 편이지.
“네, 알겠습니다.” 서소영은 본인 일도 아니니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고.
나는 그녀가 나가고 나서 대기실 문을 활짝 열어서 고정했다. 세이프파워볼
우리 대기실에서 아나키스트 대기실까지는 불과 몇 발자국.
잘하면 무슨 소리라도 들리지 않나 싶었…….
“어? 왜 또 와요?” 아나키스트 대기실에 갔던 서소영이 다시 우리 쪽으로 오고 있다.
방금 돌아갔는데?
“으. 또 전하라는 말이 있어서요.” 그녀의 얼굴은 그야말로 뭐 씹은 표정.
또 마음에 안 드는 말을 전하러 왔나 본데.
“뭔가 재밌는 말일 것 같은데요? 좋아요. 들어 보죠. 들어와요.” 그녀는 내 뒤를 따라 우리 대기실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베리걸즈 멤버들이 먼저 그녀를 쳐다보았는데.
“1분 안에 인사하러 오래요.” -라는 말을 전했다.
“에에?” “뭐라는 거야?” 김별이 은아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과장이 아니었네.” 은아가 겪은 일을 과장해서 말했다고 생각한 모양.
“그렇다니까. 진짜였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이었다.
“어떻게 할까?” 베리걸즈 멤버들 다섯 명의 시선이 오고 간다.
난 애들이 무슨 결론을 내릴지 기다려 주었다.
잠시 후, 예리가 의견을 종합했다.
“이거 일일이 반응할 필요도 없어. 우리가 무시하면 어떻게 할 건데.” 음, 맞는 말이야.
전쟁이라도 선포하겠나.
이미 곡으로 전쟁은 붙은 상태인데.
“시간 없으니까 인사 안 간다고 해 주세요.” 예리는 완전한 무시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나는 서소영을 바라봤다.
“들었죠?” “네. 가서 전할게요.” 그녀가 몸을 돌리려는데.
내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나키스트가 아니라 서소영에게 하는 말을.
“너무 진상이면 참지 말아요.” 서소영은 잠시 멈칫.
“네?” “굳이 참을 필요 없지 않아요?” 서소영은 엔터 업계에 뜻을 둔 사람이 아니다. 지금은 돈이 필요해서 아나키스트 팀에서 일하고 있지만, 어차피 나중에 그녀 자신이 인플루언서가 되면서 그 문제도 해결된다.
“흠흠, 어쨌든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그녀가 정말로 대기실 문을 나섰다.

* * 서소영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 채 아나키스트의 대기실 문 앞에 섰다.
‘아까 그 사람은 뭘 알고 하는 말인가?’ 참지 말라니.
지금 제일 고민하고 있는 게 그건데.
돈을 세게 주니까 일은 하고 있다만. 파워볼실시간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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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적성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인 것 같다. 방금 들어갔던 베리걸즈 대기실은 아나키스트 대기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일단 말은 전달하고 생각하자.’ 그녀는 아나키스트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걔네들은?” 아직 발도 안 들여놨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짜증 섞인 목소리가 서소영에게 날아들었다.
“시간 없어서 안 온대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베리걸즈의 대답을 전했는데.
“뭐? 안 온다고?” “네.” “우리 말 제대로 전한 거 맞아?” 이 은수라는 멤버는 미성년자면서 꼬박꼬박 반말이었다.
“아, 제대로 전한 거 맞냐고!” “제대로 전했는데요.” “진짜? 진짜 제대로 전한 거 맞아?” “외우기 어려운 거도 아닌데 당연하죠.” 은수의 트집에 서소영도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마 같이 베리걸즈를 헐뜯거나, 아니면 내가 말을 잘못 전달했다고 사과하기를 바라는 모양인데.
그럴 마음은 전혀 없었다.
울컥.
열이 받는다.
“아, 왜 나한테 이래? 가서 직접 말하지 않고.” 대뜸 은수에게 쏘아붙였더니.
막상 은수는 멈칫하고, 옆에 있던 앨리가 끼어들었다.
“이게!” 손까지 올리면서.
“어우, 뭐야! 미쳤나 봐!” 으으.
이쯤 되면 못 참는다.
서소영은 확실한 결단을 내리고는 손을 피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어? 옷더미가 왜 들썩거리지?’ 한편에 쌓아 놓은 옷더미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그 안에 사람이라도 있는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거기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거기 안 서?” “서긴 왜 서?” 서소영은 대기실을 박차고 나왔고.
그녀의 뒤로 열 받은 아나키스트 멤버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디, 어디로 가지?’ * * * “흐압!” 펄쩍, 서소영이 우리 대기실로 뛰어들었다.
“야, 막내!” “너, 어딜 들어가?” 그리고 그 뒤로 아나키스트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대기실로 쳐들어오기라도 할 기세인데.
“뭡니까?” 내가 서소영에게 간단히 던진 질문에.
“네? 아, 네. 저분들 인사하러 온 건데요.” 라는 멋진 대답이 돌아왔다.
“인사를요?” 나도 서소영을 보고, 문밖에 선 아나키스트도 서소영을 보고.
“우리가 언제?” “하하하핫!” 아나키스트의 당혹과 내 웃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아까 예리가 인사받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했었지.
서소영의 저 대답으로 아나키스트 멤버들은 졸지에 인사를 하러 온 셈이 되고 말았다.
거기에 더해서 예리가.
“오셨어요?” 라면서 여우 같은 인사를 건네 버렸으니.
“뭐?” “우리가?” “그게 아니라!” 애써 부정하는 아나키스트 멤버들의 모습이 너무나 웃겨 보였다.
“너, 막내! 말도 안 되는 말을 해? 팀장님 쟤 끌어내지 않고 뭐 해요?” 결국 무력 동원인가.
내가 있는데 그건 안 되지. 실시간파워볼
“반가워요. 나인의 구은우 대표입니다.” 아나키스트의 외침을 무시하고 아무 일도 없는 양 인사를 건넸다.
회사 대표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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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앞으로 나서자 험한 말을 내뱉고 있던 아나키스트도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강약약강.
한 회사의 대표급에게는 함부로 못 하는군.
“자, 어서 들어와요. 서로 인사하고 지내면 좋죠.” 우리는 대기실 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 중. 내가 안쪽을 향해 팔을 움직여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들어오면 아나키스트는 정말로 인사를 하러 온 게 된다.
자존심 때문에 그건 못 하겠는지.
제일 맏이인 주영이 앞으로 나섰다.
“아니요, 인사하러 온 건 아니고요.” “그러면요?” “우리 막내 데리러 왔습니다.” 막내는 무슨.
“막내는 그쪽에 서 있는 은수 씨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매니저 막내 말이에요.” “아, 매니저?” 내가 서소영을 바라보았다.
아까 참지 말라고 했는데 귀담아들었을까?
“저 이제 매니저 아니거든요.” 들었네. 귀담아들었어.
“퇴사예요! 때려칩니다. 돈 안 벌어도 돼요. 더러워서 못해 먹겠네.” 어차피 돈은 충분히 벌게 될 거다.
그녀의 말에 아나키스트가 들썩거렸다.


“뭐? 퇴사?” “너 이렇게 갑자기 퇴사하면 다른 데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서소영은 완강했다.
“매니저 안 하면 되지.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제 좀 꺼져!” “뭐? 꺼져?” “은수, 너는 애가 벌써부터 그렇게 못돼 처먹었냐. 언니한테 꼬박꼬박 반말이야?” 그녀는 담아 놨던 불만을 그대로 폭발시켰다.
아나키스트는 서소영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지만.
문을 넘어오지는 못하고 그 자리에서 화를 주체 못 하는 중이었다.
마치 김을 뿜어내는 밥솥처럼 다들 달아올라 있는 모습이 역시나 재미있다.
내 뒤에서 베리걸즈 멤버들도 모두 웃음을 참고 있었다.
자, 그래도 이쯤에서 정리를 해야겠지? 서소영도 구해 줘야겠고, 우리 무대도 준비해야 하니까.
“우리 대기실에서 무슨 짓입니까.” 목소리를 내리깔고 한마디를 던졌다.
그 말에 아나키스트는 다시 한번 정신을 차렸다.
아나키스트한테도 매니저 팀장이 있을 텐데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 상황이 이쯤 돼서야. “얘들아, 다들 볼라. 이제 들어가자.”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아나키스트도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복도에 우리 두 팀의 대기실만 있는 게 아니다.
“아 씨…….”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파워볼사이트
“이분은 퇴사한다고 하니까 나중에 통화를 하든 뭘 하든 하시고. 우리 두 팀 다 무대 준비해야죠? 이쯤하고 돌아가요.” 거부할 이유가 없는 말.
여기서 더 고집을 부려 봤자 아나키스트만 웃기게 되어 버린다.
“알겠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없이 몸을 돌린다.
그리고.
재미있는 장면을 보았다.
아까 내가 올려보낸 남자가 아나키스트와 그쪽 스태프들의 뒤로 스윽 지나가는 것이다.
올라와 있었군.
그리고 이 소란도 모두 봤겠다?
서소영은 비밀 유지 각서를 썼겠지만 그녀의 남친은 아니다. 그저 목격한 것뿐.
회귀 전에도 일을 벌이는 건 서소영의 남친이었었다.
여친인 서소영에게 아나키스트와 일하면서 겪는 일을 듣고,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런지 알아보려고 잠입.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을 인터넷에 폭로하는 게 그였다.
당시에도 음방이었고, 아나키스트의 저 노래였었다.
회귀 후에 보니, 과거와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당시의 사건도 세트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기대를 했는데 적중했네.
어때, 서소영 남친, 알아야 할 건 다 알았나?
옆에서도 그를 알아봤는지 서소영이 작게 엇, 소리를 냈다.
아나키스트가 문 앞에서 사라지고.
나는 서소영을 바라봤다.
남친을 보고 놀라는 걸 보니 사전 합의 같은 건 없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할지는 이제 둘이서 잘 합의해 보라고.
“저쪽 사람들 마주칠 수도 있으니 내가 아래까지 데려다 주죠.” 순간, 베리걸즈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야, 연애 같은 게 아니라고. 파워볼게임
“그리고는 다시 볼 일이 없는 겁니다.” 눈길이 사라진다.
됐지?
“네, 감사합니다.” 그녀도 다시 붙잡히기는 싫었는지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아래로 내려가니.
“소영아!” “자기!” 그녀의 남친이 서 있었다.
둘은 잠시 화끈하게 끌어안았다.
아…. 그럼 난 이만.
“저, 저기요.” 음?
남친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는데.
“실은 아까 제가 출입증 떨어뜨린 것을 주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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