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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내가 해결해 주겠다고요.” 강민지가 멍한 강아지 얼굴로 나를 올려 본다.
“힘든 일 있으면 말하라고 했죠. 민지 씨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몰라도 나는 그냥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약속이었어요.” 나도 쪼그려 앉아서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못 지킬 약속은 절대 안 해요.” 그리고.
넋이 나가 있던 강민지의 눈에 점차로 빛이 돌아온다.
“자, 말해 봐요.” 작품 시작할 때만 해도 없던 상태 이상이 생겨났다.
[상태 이상 : ‘죽고 싶어요’ 모드가 발동하였습니다.] 그것도 무시무시한 모드로.
또한 뒤이어 나타난 특별 미션.
〚스타 강민지의 죽음을 막으시오! 성공 시 선명도 최대 10점 상승〛 선명도 10점 상승 미션은 처음이니 보상도 상당할 것이고. 파워볼사이트
아예 이번 사건이 끝날 때 우리 회사로 데려올 수 있으면 선명도 70의 스타가 한 명 늘어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정보는.
저 특별 미션을 고려하면, 오늘 확인한 상태 이상이 강민지의 죽음과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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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내버려 둘 수 없지.
“아, 저….” 드디어 강민지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좋아, 말해 보라고.
“돈 문제인데요.” 음? 파워볼게임
돈?
“돈. 중요한 문제죠.” 충분히 죽음을 불러올 수 있는 문제지.
사채라도 썼나.
사기라도 당했나.
그녀의 말에 집중하며 손짓으로 계속 말하게 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제가 회사에서 생활비를 지원받았거든요.” “으흠.” 아이돌의 경우 ‘품위 유지비’라는 이름으로 회사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하기도 한다. 대형 기획사는 말 그대로 ‘지원’이지만, 보통의 회사에서는 그게 모두 빚이 된다.
배우들 중에서도 사정에 따라서는 그런 일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사장님이 그걸 갑자기 갚으라고 하셔서….” 그렇다면 아직 조단역 정도인 강민지 입장에서는 굉장히 곤란할 수 있겠지.
“저…, 실례지만 액수가 얼마나 되지요?” 강민지는 금액을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깜짝 놀랐는데.
“어, 그게 다인가요?” 생각보다 적어서 말이다.
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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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면서.
“저한테는 큰돈이라서…. 당장 갚기가 어렵거든요.” “아,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전혀 그런 뜻이 아니라.
내 의문은 그게 죽음을 생각할 정도의 돈인가 하는 것이었지.
그녀가 말한 금액은 이천만 원.
물론 큰돈이다.
돈 나올 구석이 없으면 불과 몇만 원에도 사람이 죽는다.
그건 몇 번이나 사업에 위기를 겪었던 내가 잘 안다.
하지만 말이야.
지난번에 함께 했던 식사에서 들은 바로는, 강민지의 가정 환경이 너무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강민지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 기억해 낸 후로는 그녀가 하는 말을 한 마디 한 마디 귀담아들었거든.

그래서 사장의 머플러 이야기도 그냥 넘기지 않았던 거고.
“그래서 많이 우울했는데. 도와주신다고 한 것만으로도 기운이 났어요. 제가 어떻게든 해 볼게요.” 그러면서 힘차게 주먹을 쥐었다.
확실하다.
거짓말을 하고 있어.
돈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속을지 몰라도 정보창을 보는 나를 속일 수는 없지.
조금 우울했다고?
실은 안 좋은 생각까지 들었던 거잖아.
나는 그녀가 둘러대고 있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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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닙니다. 어떻게든 하려다가 너무 엔트리파워볼 힘 빠지면 작품에 집중을 못 해요.” 더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
숨기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너무 추궁했다가는 오히려 물러설 수 있으니까.
“말했죠? 나한테 맡기세요.” 일단 신뢰를 먼저.
결국은 말하게 될 거야.

* * 구은우가 강민지에게 문제 해결을 약속한 바로 그날 저녁.
또 다른 사람도 강민지에게 미래를 약속하고 있었다.
“아, 분위기 좋게 대화하고! 가볍게 술 한잔하고! 그런 자리라니까 그러네. 다 네 미래에 도움이 되는 거라고.” 바로 하트 엔터의 사장, 고종훈이었다.
오늘은 짚신벌레 무늬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검은색 정장 양복을 쫘악 빼입은 모습.
탁, 탁, 탁, 정장 구두의 앞코를 들었다 내려놨다 하면서 위협하고 있었는데.
구은우의 약속과 달리,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거짓 약속을 입에 담고 있었고.
강민지가 아무리 순진하다고는 해도 그 허망함을 못 느낄 리 없었다.
“사장님, 말씀하신 지원비도 갚았잖아요. 저는 안 나가도 된다니까요.” “햐, 급전 빌렸니? 그런 거 쓰면 안 돼.” “그런 돈 아니에요.” 구은우 대표가, 혹시 몰라 주하율 이름으로 빌려준 돈이다.
다른 회사에서 돈을 받았다고 하면 걸고넘어질 수도 있어서 사적으로 빌린 것처럼 해 주었다. 구 대표에게 돈 문제만 언급한 건 거짓은 아니었다.
실제로 사장은 지원금을 갚으라고 했고, 학자금 대출도 남았는데 그 돈을 갚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다 말할 수도 없었다.
자기가 처한 상황의 4분의 1.
그 정도만 이야기했는데.
‘나는 나인 소속은 아니니까.’ 술자리 이야기는.
계좌 이체처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말을 하고 다니는 건 스스로 소문의 불씨를 만드는 행위가 될 수 있었다.
‘다른 회사 대표님한테까지 의논하기에는 무리야.’ 자신에게 잘 해 주는 사람으로 남겨 두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어디서 돈 빌렸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 돈만 가지고 말한 게 아니잖니.” 그 말에 강민지가 입술을 깨물었다.
“우리 계약 많이 남았다? 그 기간 동안 아무 일도 안 하고 싶어? 응?” 그랬다.
고종훈은 계약 기간 동안의 활동으로도 위협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안 그래도 키 차이가 나는 강민지 앞에서 턱을 쳐들어서 한껏 내려다보았다.
2년 반 정도 남은 기간 동안 자신이 아무 일도 안 주면.
안 그래도 학업을 하고 돌아온 강민로투스바카라 지다. 연기로 자리를 잡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고종훈도 알고.
강민지도 알았다.
“그런…. 협박을.” “이런, 협박이라니. 네 미래를 위한 권유라니까? 어쨌든 너 잘되는 게 좋은 거잖아? 응?” 고종훈 자신의 미래를 위한 권유였다.
그는 김근호 밑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점점 마음을 먹고 있었고.
몇 안 되는 배우들 모두 김근호가 원하는 대로 동원할 생각이 있었다.
“민지야, 날짜 나왔다. 이번 달 13일이야. 소프트 한 자리니까 부담 갖지 말고 준비해.” 탕탕탕.
판결을 내리듯이 단호하게 뱉은 말이 강민지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 * 다음 날.
강민지는 다시 한번 촬영장을 향했다.
어째선지 요즘 자신의 촬영이 잦았다.
‘어떻게 하지. 정말로 다른 회사 대표님한테 상의를 해야 하나?’ 고민에 휩싸인 채로 조단역 여배우들의 전체 대기실 문을 열었는데.
“어머, 민지 왔어?” “민지야, 이쪽으로 와. 의자 비었어.”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반겼다.
초반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
구은우, 주하율과의 친분만으로도 다들 이렇게 잘 해 주고 있었다.
“민지, 자주 나오네?” “네.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한동안 사람들 속에 섞여서 머리를 텅 비우고 수다를 떨었지만.
그런다고 고민거리가 사라질 리는 없었다. 오히려 떨쳐 내려 하면 할수록 거머리처럼 뒤통수에 달라붙는데.
“저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결국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자리에서 일어서고 말았다.


그런데.
“나도 바람 좀 쐬고 올게.” 이연조도 같은 타이밍에 일어섰다.
강민지는 살짝 불편함을 느꼈다.
겉으로 티는 안 내지만 이연조나 그녀 주변 사람은 김진아와도 아는 것 같았고.
구은우가 김진아를 날려 버린 날에 같이 있었던 자신과는 알게 모르게 거리감이 있었다.
‘그래도 나랑 같은 방향으로 가지는 않겠지.’ 일단 세트장 밖으로 나와서 정처 없이 서성이기 시작했는데.
이연조가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아니, 바로 옆으로 와서 걷고 있었다.
뭐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나.
별로 할 말도 없는데.
강민지는 혹시라도 이연조가 뭔가 시비를 걸까 봐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날아온 건 전혀 의외의 말이었다.
“13일에 너도 간다면서?” 덜컹.로투스홀짝
한순간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대로 굳었다가 이연조를 홱 쳐다보니.
“너 얌전해 보이는데 제법이다?” 이연조는 여전히 앞을 보고 걸었다. 다만 입가에 살짝 삐뚤어진 웃음을 건 채였다.
“네?” “난 누구 오는지도 들었거든. 주하율도 구워삶고, 술자리도 나오고. 얌전한 고양이가 원두막에 먼저 올라간 댔나? 오두막이었나? 하여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어 가다가, 그때서야 강민지를 바라보며.
“내가 사람 잘못 봤어. 앞으로 잘해 보자.” 이렇게 결론을 맺었다.
퍼엉.
강민지의 머릿속이 생각으로 폭발했다.
누가 오는지까지 알아?
나는 혹시라도 누가 알까 싶어서 구 대표님한테 말도 못 하고 조심했는데?
그럼 비밀이라는 게 없는 거 아니야?
결국 나는….
접대하는 배우로 현장에 이름이 퍼지는 거야?
“안 가고 싶어요!” 불쑥 한마디가.
마치 방금의 생각들에 저항하듯이 강하게 튀어나왔다.
“어? 뭐?” “전 그 자리 안 가고 싶어요!” 처음으로 강민지와 이연조의 시선이 마주쳤는데.
“뭐야? 왜?” 이연조는 잔뜩 눈에 힘을 준 강민지를 보며 어이없어했다.
“왜, 왜라뇨?” “지름길 놔두고 왜 안 가려고?” “지름길이요?” “지름길 아니야?” 오히려 당당한 이연조의 태도에 강민지의 말문이 막혔는데.
“연기자가 연기로 이름을….” “아악!” 힘들게 입을 열었지만 이연조가 꽥 내지른 소리에 다시 말이 쏙 들어갔다.
“등신 같은 소리 할래? 이 바닥에 예쁘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얼마나 많은데? 기회 못 잡으면 그런 거 다 소용없어. 지가 아무리 잘나도 사람들 눈에 띄지를 않으면 소용이 없다니까?” 그렇다고 강민지의 눈에 이연조가 미모와 연기를 겸비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지만.
“이런 것도 다 하나의 수단이야. 수단.”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손가락까지 까딱거리며 강민지에게 가르침(?)을 베풀고 있었다.
강민지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녀의 방식은 내 방식이 아니다.
저 방식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무엇보다 강민지는 이연조에게 선생님이 되어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런 수단. 저는 필요 없어요.” 지금까지와는 달리, “전 안 갈 거예요.” 딱 잘라서 거부했다. 아주 확실하게.
그 말에 담긴 힘에 이연조도 잠시 말을 멈췄는데.
“그래?” 함께 걷던 발걸음도 멈췄다.
“궁금하네. 네 실력이라는 걸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대놓고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한마디를 남기고 반대쪽으로 떠났다. 오픈홀덤
“지랄 말고 그냥 나와.” 이 한마디를.

* * 혼자 남겨진 강민지는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버렸다.
화창한 날에 혼란한 머릿속.
‘아니, 그래도 나는 싫은데.’ 진짜로 이걸 어쩌지.
그리고 이때 강민지의 머릿속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한 사람이 나타났다.
“민지 씨, 뭐 하고 있어요?” “구 대표님.” 안 되겠다.
일단 이 자리를 피해야겠어.
강민지는 모든 연기력을 끌어모아서.
방긋.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덕분에 문제가 해결됐어요. 이제는 작품에만 집중하면 될 것 같아요.” 그 미소를 본 구은우도 마주 활짝 웃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요?” “네?” 아까 이연조가 말을 걸었을 때보다 더욱더 덜컹.
구은우가 얼굴을 들이밀며.
강민지의 망설임과 고민을 깨부수는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진짜 무슨 일이에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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