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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도, 바람도, 꽃도 설렌다는 5월.
나 또한 가슴 가득 설렘을 안고 시작했다. 화성 자재 공장은 테스트를 마쳐 완벽한 자재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쇼핑센터처럼 지었네.” “이곳에서 자재를 보고 구매를 해야 하니까 구매 욕구가 중요해.” “회사 이름이 무진 코퍼레이션. 아들 이름으로 지었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돼야지.” “딸은 서운하겠다.” “미안하지만 상호로 쓰기에는 너무 이름이 예뻐서.” 상혁이는 파란 캡을 씌운 여러 개의 공장을 보고 놀랐다.
“공장을 예쁘게도 지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잖아. 작업 환경이 좋아야 좋은 제품이 나오지.” “너는 역시 보통이 아니야. 항상 일반적인 틀을 깨.” “어때? 일할 맛 나겠지?” “좋네. 공장이 너무 많아. 생산하는 건 뭐야?” “건설 현장에 쓰이는 쇠로 된 건 다 생산한다고 보면 돼.” “엄청나네.” 나는 상혁이를 데리고 공장을 둘러보며 하나하나 설명했다. 갱폼, 알폼, 유로폼, 파이프, 서포트, 비계, 동바리 등등. 상혁이는 현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장을 둘러보는 데에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돈 많이 들었겠다.” “내 전 재산이 들어갔어. 1년 안에 성과를 못 내면 나는 망하는 거야.” “네가 망하면 다 망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열심히 일해야지.” “엄청나게 부담 주네.” “사무실로 들어가자. 많은 사람이 널 반길 거야.” 나는 상혁이를 데리고 무지개색 페인트가 칠해진 3층 건물로 안내했다. 1층은 휴게실과 손님방. 3층에는 회의실과 수면실이 있었다.
2층은 부서별로 파티션을 나눴다. 업무 협조가 유기적으로 이뤄지게 하는 목적도 있었고, 서로 얼굴을 마주치면서 친해지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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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면 펜션인 줄 알겠어. 이렇게 예쁜 공장이 우리나라에 있겠냐?” “작업 환경이 좋아야 능률도 오르지. 너도 즐겁게 일할 수 있겠지?” “에너지가 솟구친다.” “가자.”
2층 사무실로 들어가자 양태웅 부장이 나와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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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경영지원부 양태웅 부장입니다.” “안녕하세요? 차상혁입니다.” “환영합니다!” 양태웅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우렁차게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외국어를 잘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학원에서 배워서 아직 부족해서요. 나중에 도움 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죠.” “인사할 사람이 많다.” 나는 상혁이를 데리고 홍보부 강주영, 관리부 배병우, 영업 2부 서형규와 인사시킨 후에 영업 1부로 이동했다.
기다리고 있던 정이령이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둘 사이는 공식적인 연인으로 발전했고, 나는 미리 직원들에게 말해놓은 상태였다. 임자가 있으니까 눈독 들이지 말라고 농담을 한 것인데, 정이령은 무척 수줍어했다.
“어서 와요. 상혁 씨.” “잘 부탁드립니다.” “이제 매일 볼 수 있어 좋겠네.” “열심히 일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근무 시간에는 다른 짓 안 할게.” “연애도 중요한 거야.” “그런데 나는 어디에서 일하냐?” “경영지원부에서 일할 거야. 처음 뵙던 분 알지? 예산도 짜야 하고, 수입과 지출 계획, 사업 방향 수립, 조직관리 등 할 일이 많다.” 나는 상혁이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사람이 제일 많은 부서야. 열심히 배워서 필요한 일꾼이 돼라.” “노예가 된 기분이네.” “잘하리라 믿어. 따라와. 내 사무실도 봐야지.” 나는 상혁이를 제일 끝에 있는 사장실로 안내했다. 상혁이는 들어오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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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아방궁이야?” “멋있지?” 상혁이가 놀랄 만도 했다. 왼쪽에는 고급 소파가 있고, 중앙에는 대형 탁자가 놓였다. 벽은 그림과 도자기로 채웠고, TV와 냉장고, 커피포트 등 생활 가전용품도 있었다. 제일 끝에 있는 책상은 나이테가 고스란히 살아 있어 보기에도 웅장해 보였다.
“너답지 않게 왜 이렇게 호화스럽게 꾸몄어?” “협상의 시작은 상대를 압도하는 데 있잖아. 어때? 주눅 드는 기분이 들지?” “무섭다. 처음부터 기죽겠어. 제일 끝에 사장실이 있으면 직원들이 불편하겠다. 하루에도 몇 번을 마주쳐야 하잖아.” “기쁨 주고 사랑받는 사장이 돼야지. 이리 와봐.” 나는 상혁이를 책상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화면을 보여주자 상혁이가 호기심을 표시했다.
“뭔데?” 로투스바카라
나는 사이트를 띄웠다. 좌측에 숫자를 누르는 버튼, 우측에는 자재 이름과 입찰가격, 회사 정보를 기재하는 난이 보였다.
“경매 프로그램이야. 여기에 가격을 넣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입찰을 해?” “자재가 부족할 때가 있지. 그때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측에 팔 거야. 건설 회사들 돈 많잖아.” “이런 프로그램도 개발한 거야?” “친구가 만든 거야. 도움을 받았어.” “멋지다.” 상혁이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나저나 호칭이 문제네.” “하기는 너무 오래 알고 지내서 입에 붙지 않겠다. 지금부터 연습해봐. 자, 따라 해. 사장님.” “어색하다.” “해보라니까.” “사… 장… 님.” “자꾸 연습해야지. 하하하.” 나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상혁이가 해맑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살아남을 거야.” * * *

바다가 훤히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민유필의 표정에는 한껏 여유가 묻어 나왔다. 그 모습을 보는 민영순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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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율무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네.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젊은 친구가 대단하네. 그런데 뭐 하고 있다니?” “자재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계열사야?” “매형 돈이 더 많이 들어가서 지분은 70%인가 가지고 있을 거예요.” “잘된다니?” “그건 모르겠어요. 최근에는 저도 계속 여기 현장에 있다 보니까요.” 민영순은 물을 마시고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 호들갑스럽게 물었다.
“그 친구 일 잘했잖아. 그런데 꼭 그렇게 쫓아냈어야 했어?” “아버지는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너무 일을 잘하고, 앞날을 보는 혜안도 가지고 있으니까 더 크기 전에 내보내야 한다고 판단하셨겠죠.” “하기는 어떻게 키운 회사인데 남의 씨에 줄 수는 없지. 그래도 더 써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정수기를 팔아줬으니까 생수도…….” “네?”
“아니다.” 민영순은 민유필의 눈치를 살피다가 훈계조로 말했다.
“너도 마음 단단히 마음먹어. 절대 약해져서는 안 돼.” “조금 미안합니다.” “미안할 생각할 필요 없어. 사냥이 끝난 사냥개는 죽여야지. 나는 오히려 놓아준 게 걱정이다. 혼자 사업하다가 커져서 복수하는 거 아냐?” “물건 파는 일이에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민영순은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찝찝함이 남았다. 과거 보살이 말했던 곡식을 조심하라는 말이 아직도 께름칙했다. 민유필은 수저를 놓았다.


“왜? 더 먹지 않고?” “사실 현장에서 아침 먹고 나왔어요.” 로투스홀짝 “진작 말하지. 그럼 커피나 마셨지.” “고모님은 사업 잘돼요?” “아직은 유지하는 단계야. 서울에 진출해야 하는데, 생수 시장도 불이 붙어서 만만치가 않네. 그냥 호텔이나 계속할걸. 괜한 욕심을 내서…….” 제 말을 끊은 민영순의 눈이 반뜩 빛났다.
“참, 웅필이는 어디서 일해?” “전략기획실에서 일해요.” “거기 한 부장 있지?” “네.”


“조심해야겠다. 중기 오빠가 심은 사람이잖아. 거기에 웅필이까지 있으니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항상 왕관을 쓰는 자리는 피바람이 불잖아.” “고모는 왜 제 편을 들으세요? 아버지를 몰아내려고 같이 힘을 합쳤었잖아요.” “지난 일은 잊어라. 그때는 내가 회까닥했어. 충분히 반성했어.” 민영순은 민유필 눈치를 보다가 넌지시 말을 꺼냈다.
“유필아.” “네?”

“이제 상무로 올라갔으니까 힘이 있을 거 아냐? 고모 좀 도와줘. 현장에 우리 생수를 넣어줘라. 다섯 개 현장에만 넣어주면 좋겠어.” “아직은 저 혼자 결정할 수가 없어요. 이사님들과 상의해볼게요.” “설마 앙금이 남은 거야?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간 일이잖아.” “고모님! 아버지 건강이 좋지 않아요. 다 작은아버지와 고모님이 벌인 일 때문에 이렇게 된 겁니다!” 민유필의 눈이 날카로워지자 민영순은 화들짝 놀라 눈이 커졌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 말문이 막혔다. 물을 벌컥 마신 그녀는 민유필을 똑바로 바라봤다.
“눈에 독기가 가득하다. 이것도 그 친구에게 배운 거야?” “고모님이 저를 자극해서 그런 거잖아요. 제가 상의한다고 했으면 그렇게 알아들으셔야죠. 과거가 생각나게 말씀하셨잖아요.” “어머머, 얘 봐. 이사 자리에 앉더니 정말 많이 변했네. 무섭다, 야.” “제가요?” 민유필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쉬고 일어났다.
“가볼게요. 생수 얘기는 나중에 생각해볼게요. 지금은 거래처가 있어서 쉽게 바꿀 수가 없어요.”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민유필은 무심하게 받았다.
“네. 네? … 뭐라고요? 알았어요. 확인하고 연락드리죠.” 민유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해갔다. 벌벌 떠는 손끝을 확인한 민영순이 물었다.
“무슨 일이길래 사지를 다 떠니?” 민유필은 대답하지 않고 전화 걸면서 밖으로 나갔다.

  • * * 오픈홀덤 “네, 상무님. 아니, 왜요? … 세이프게임 저도 모릅니다. 확인해봐야겠습니다.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장명구 사장은 이사진들을 바라봤다. 정 이사가 그의 긴장한 얼굴을 보고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김율무가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고 합니다.” “뭐요?”
    “아니. 그러면 회사로 문서가 왔을 것 아닙니까? 어떻게 제주도로 갑니까?” 바로 그때 장명구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그의 얼굴이 완전히 찌그러졌다.
    “왜 그러십니까?” “용인 현장에도 서류가 도착했답니다.” “현장을 골라서 걸었군요.” “마곡은 괜찮겠습니까?” “마곡도 걸었겠죠. 거기라고 뺄까요?” 장하중 부사장도, 윤 이사도, 정 이사도. 모두의 얼굴이 노랗게 질려갔다. 장명구는 마곡에 전화를 걸어 서류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곡은 아직 아니군요.” “그쪽 계약서를 봐야겠네요. 그런데 뭐로 걸었을까요? 걸 게 있을까요?” “SilenceT 상표권이겠네요. 그건 사업부에서 브랜드로 만들었으니까요.” “그건 말이 안 되죠. 제주도는 리조트잖아요.” “그러면 뭘까요?” 정 이사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소음 진동 차단제 특허겠군요. 그것밖에는 없습니다. 두 현장 모두 그 공법을 써야 하니까요.” “그건 우리 기술진의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나요?” “확인해야죠. 당시에 김율무가 기술진과 같이 특허를 신청했으니까요.” “아니, 지금까지도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고요?” 장하중 부사장이 장명구를 바라보자 그의 입술이 비틀렸다.
    “지금 그걸 나에게 따지는 겁니까? 동남아시아 고속도로 공사 때문에 자주 출장 가신 거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건 부사장님이 챙겼어야죠.” “왜 저한테 뭐라고 하십니까? 여기 이사가 저 하나뿐입니까? 다른 분들은 뭐 하셨습니까?”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대책을 세워야죠. 그리고 아파트 건설 전권을 그 친구에게 줬으니까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았죠.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는 늦었습니다.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게 얼마짜리 공사인데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큰일 납니다.” “여기서도 그러더니 나가더니 더 애를 먹이네요. 공장을 확 뺏어버립시다. 아주 절단을 해야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죠.” “부사장님, 지금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닙니다.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면 법원에서 받아들일 건 확정된 사실입니다. 용인과 제주도를 합치면 거의 2조 원에 가까운 공사입니다. 만약 공사가 중지되면 우리는 또 위기를 맞이합니다!” 정 이사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주위는 고요해졌다.
    “먼저 특허권을 누가 소유했는지 빨리 확인합시다.” 그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에 맞닥뜨리자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정 이사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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